항암제인 ‘탁솔’ 등 신약을 합성하는 데 필수적인 기초 화학반응을 개발한 과학자 3명이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6일 미국 델라웨어대 리처드 헤크 교수(79)와 미국 퍼듀대의 일본인 과학자 네기시 에이이치 교수(75), 일본 홋카이도대 스즈키 아키라 교수(80) 등 3명을 올해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과학원은 “세 사람은 팔라듐 촉매를 이용해 탄소-탄소 교차 결합(palladium-catalyzed cross coupling)을 개발함으로써 복잡한 화합물을 손쉽게 합성할 수 있도록 했고, 결과적으로 플라스틱 같은 새로운 화합물을 탄생시켜 인류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탄소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된 원소로 탄소 원자끼리 결합시키기가 힘들다. 헤크 교수는 1960년대 팔라듐을 촉매로 이용해 세계 최초로 화합물의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탄소 원자를 결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였다. 네기시 교수는 1970년대 이 반응을 유기화학에 처음 적용했으며, 이후 스즈키 교수는 이 반응을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현재 화학계에서는 이들의 이름을 따 각각 헤크 반응(1972년), 네기시 반응(1977년), 스즈키 반응(1979년)으로 불린다.
이영호 포스텍 화학과 교수는 “이 반응법이 개발되기 전에는 산-염기 반응을 이용해 탄소-탄소 결합을 만들었지만 이걸로는 화합물을 만들 수 있는 종류가 제한적이었다”며 “이 반응 덕분에 화합물의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합성할 수 있는 화합물의 수가 수만 배 늘었다”고 평가했다.
이철범 서울대 화학과 교수는 “신약 합성을 비롯해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전자 소자에 많이 사용되는 전도성 고분자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면서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반응”이라고 말했다.
네기시 교수는 노벨상 선정 직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벨상 수상의 꿈을 50년 전부터 가졌다”면서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처음 봤고 내 꿈이 언젠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 사람은 총 1000만 크로나(약 16억7000만 원)의 상금을 3분의 1씩 나눠 가진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사망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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