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취중진단]알코올중독, 유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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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1일 03시 00분


‘알코올의존증(알코올중독)도 유전될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술을 마시면 인체에 흡수된 알코올은 알코올분해효소(ADH)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 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술을 마신 뒤 어지러움,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독성 물질. 이 성분이 몸에 많이 쌓일수록 숙취는 깊고 오래간다. 이 독성물질은 아세트알데히드분해효소(ALDH)에 의해 무독성의 아세테이트와 물로 분해 되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숙취가 사라지는 과정이다.

술을 마셨을 때 알코올을 분해하는 이 두 가지 효소의 반응은 유전적으로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알코올의존증 환자는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하는 ADH가 일반인에 비해 부족하다. 술을 많이 마셔도 잘 취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 분해되지 않은 알코올 성분은 체내에 그대로 남아 뇌를 비롯한 신체에 악영향을 끼친다. 반면에 ALDH는 많아서 아세트알데히드를 재빨리 분해해 몸 밖으로 배출한다. 때문에 숙취를 거의 느끼지 않는다. 쉽게 취하지 않고 숙취가 없으니 점점 더 술을 많이 마시게 되는 것이다.

알코올의존증 환자는 이 같은 유전적인 특징이 고스란히 대물림되기 때문에 유전성이 높은 질환으로 분류한다. 부모 중 한명이라도 위와 비슷한 유전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 자녀도 알코올의존증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08년 국내 한 대학병원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유전적 특징을 보이는 사람이 알코올의존증에 걸릴 확률은 일반인에 비해 9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실제로 알코올의존증에 걸린 환자 중 87%가 유전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알코올의존증이 대를 이어 계속 되는 이유로 환경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어릴 적부터 술을 과하게 마시는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는 성인이 돼 알코올의존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난 아버지처럼 술에 취해 살지 않겠어!’ 라고 다짐한 자녀가 자신도 모르게 부모의 잘못된 음주습관을 따라하게 되는 것이다.


알코올의존증은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다. 알코올은 자신의 정신과 신체 건강을 망가뜨리는 것은 물론 자녀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늘 술에 취해 있는 부모를 보면서 아이들은 ‘혹시 부모가 술로 인해 잘못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술에 취해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지는 않을까’ 두려워한다. 술만 마시고 가정을 돌보지 않는 무책임한 부모에 대해 분노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신적 충격은 아이들의 성격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오늘 당신이 마시는 술로 인해 자녀는 물론이고 손자까지 알코올의존증에 걸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사랑하는 자녀를 생각해서라도 알코올의존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양재진 원장 알코올중독치료전문 진병원

※ 본 지면의 기사는 의료전문 김선욱 변호사의 감수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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