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교생들이 하루에 6시간 이상 밤잠을 잤는데도 절반 이상이 수업시간에 심한 졸음을 호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수면역학센터 홍승철 교수팀은 최근 경기도 수원의 한 고등학교 학생 1310명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수면상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의 56.4%가 전날 밤 6시간 이상 잠을 잤는데도 수업시간에 심한 졸음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이 가운데 `거의 항상 졸게 된다'고 답한 경우는 15.2 %에 달했으며, `전혀 졸지 않는다'고 답한 경우는 6%에 불과했다. 또한 전날 밤 6시간 이상 잠을 잤을 때를 기준으로 `1교시부터 졸리는 정도'에 대해서는 42.2%의 학생이 중간 정도 이상으로 졸게 된다고 답했다.
주간졸림평가척도(Epworth Sleepiness Scale:ESS) 측정에서는 조사대상의 13.9%에서 주간졸림증이 나타났다.
특히 심한 주간졸림증을 호소하거나 중증 이상의 주간졸림증을 보이는 학생 가운데 몸에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 증세가 나타나고 잠들 무렵 환각이나 가위눌림(수면마비)이 나타나는 이른바 `기면병 의심군'은 1310명 가운데 16명(1.2%)으로 조사됐다.
기면병은 낮 동안 심한 졸음이 특징인 수면질환으로 뇌를 깨어 있도록 만들어주는 신경전달물질인 하이포크레틴이 적게 만들어지면서 생기는 뇌신경계통의 질환에 속한다. 이 질환은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하면 일상생활에 문제없이 지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업시간에 자주 조는 학생들이 전날 밤잠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병 때문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홍승철 교수는 "기면병의 경우 조기 진단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늘 게으르다는 핀잔을 받기 때문에 학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면서 "게다가 교통사고 등 안전사고의 위험도 커 인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부모나 교사가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를 야단치기에 앞서 기면병 등 병에 의한 것인지 전문의를 찾아 상담과 검사를 받도록 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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