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알람에 잠을 깨고 스마트폰 뉴스와 함께 아침식사를 한다. 출퇴근 때는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동영상을 본다.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을 시청하며 좋아하는 노래는 스마트폰 앱으로 편곡해 듣기도 한다. 스마트폰으로 스케줄을 확인하면서 일과를 시작하고 쉴 때는 스마트폰 게임을 하거나 앱을 검색한다. 퇴근 뒤에도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하다 잠이 든다. 직장인 이나경 씨(32·여)의 하루 일과다. 자칭 얼리어답터라는 말에 자부심을 느끼며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스마트폰으로 하려고 애써 왔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의 가족여행에서 스마트폰을 물에 빠뜨려 고장 낸 순간 이 씨는 머릿속이 하얗게 된 것 같았다. 고장 난 스마트폰 생각에 여행 내내 불안과 초조, 수면장애, 식욕부진에 시달려야 했다.》
○ 테크노스트레스가 늘어난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이 씨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늘고 있다. 스마트폰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고, 이를 소지하지 않으면 초조함이나 불안함을 느낀다. 이처럼 새로운 첨단 디지털기기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거나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스트레스를 ‘테크노스트레스’라고 한다.
테크노스트레스는 크게 보면 여러 스트레스 중 하나다. 과거엔 새로운 기기 적응에 실패한 사람이 겪는 스트레스나 그 반대로 강박적인 집착을 보이고 기기와 자신을 지나치게 동일시해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일컫는다.
최근 한 포털사이트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녀 직장인 857명 중 41.2%인 353명이 디지털기기가 없으면 불안해하는 증상을 호소했다.
○ 상대방의 이해력도 떨어져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고 초조하다. 또는 스마트폰 조작이 어려워 화가 난다. 이
처럼 새로운 첨단 디지털기기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거나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스트레스를 ‘테크노스트레스’라고 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테크노스트레스를 느끼는 사람은 주위 분위기에 휩쓸려 꼭 필요하지 않은 기기를 구입해야 할 것 같은 강박증을 느낀다. 또 디지털기기에 대한 지나친 의존으로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디지털 인지장애가 생길 수 있다. 디지털기기밖에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는 강박적 양상이 나타난다. 상대방과의 대화 내용에 이해력이 떨어지고 사람들과 얼굴을 보며 대화하는 것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는 것이 더 편하다. 그렇지 못하면 불안, 초조 증상이 주로 나타나면서 맥박이 빨라지는 빈맥, 손발 떨림, 원형탈모, 두통 등 여러 신체적 증상까지 동반된다.
디지털기기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스마트폰 조작에 익숙하지 못하거나 메커니즘을 따라가지 못해 몸과 마음이 디지털기기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 일찍이 컴퓨터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중년이나 장년층 샐러리맨이 많다.
잘 다루지 못하겠는데 사회 분위기에 따라 또는 업무 필요에 따라 기기 사용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중압감을 느끼게 되는 것. 또 업무능력과 무관하게 디지털기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업무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데서 오는 박탈감도 한 원인. 사회에 뒤처지고 있다는 두려움, 수면장애, 소외감, 무기력감, 권태감, 노이로제, 식욕부진 등이 주 증상이며 심할 경우 회사를 그만두거나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 적응력을 키우자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급속한 기술혁신과 쏟아져 나오는 정보, 기기를 적극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적응력을 키우는 것이다. 우선 디지털기기 사용 중 눈이 피로해지면 먼 곳을 한 번씩 보고, 잠깐씩 의식적으로 쉬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또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디지털기기를 활용했던 리듬을 의식하고 되돌아보면서 패턴을 바꾸거나 쉬는 것이 좋다.
최민규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최근 여러 스마트폰 광고 콘셉트를 보면 대부분이 디지털기기가 인간의 삶을 좌우하는 것처럼 현혹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면서 “디지털기기를 사용할 때는 이러한 점을 의식하고 사용자가 주체라는 생각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모임, 체육활동 등으로 대인관계를 유지하며 스마트폰에 몰두하게 만드는 원인과 환경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치료를 하는 것이 좋으며 약물치료도 도움이 된다.
만약 디지털기기를 만지는 것 자체를 불안해한다면 디지털기기에서 오는 불안함을 먼저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제춘 을지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먼저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하루아침에 기계를 능숙하게 다루지는 못하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접하다 보면 조금씩 익힐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고 테크노 불안증을 자연스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디지털기기 활용이 어렵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주변 젊은 사람들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한다. 혼자서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조언을 구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막힌 문제가 간단하게 풀리기도 한다. 모르는 것과 해결책을 메모해두고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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