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자국이 선명한 가슴, 항암치료로 다 빠져버린 머리, 검붉게 변한 피부…. 거울을 볼 때마다 우울했어요. 더는 여자가 아니란 생각에 괴로웠죠.”
주부 박선주(가명·37) 씨는 유방암 3기 판정을 받고 한쪽 유방을 절제한 뒤 몇 차례 항암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암은 완치됐다. 하지만 박 씨는 우울증, 대인기피 등 심각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유방암은 다른 암에 비해 심리적 후유증이 심하다. 암에 대한 충격과 죽음에 대한 공포, 치료과정에서 오는 고통에다 ‘여성의 상징’인 가슴을 잃는다는 상실감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그리스 판테온대 연구팀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의 45%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은 자연재해나 사고와 같은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뒤 생긴 우울증, 불안장애, 수면장애 등이 반복되는 정신질환.
문제는 이런 정신적 스트레스가 암 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유방암 치료 분야의 명의로 평가받는 서울대병원 외과 노동영 교수는 “우울증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는 인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증상을 악화시키고 재발의 위험을 높인다”면서 “비관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치료를 거부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암의 효과적인 치료와 회복,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슴에 난 상처와 같은 신체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 교수가 자연휴양 웰니스 센터인 힐리언스 선(仙)마을에서 ‘가슴과 마음을 치료하다!’는 주제로 ‘명의와 함께하는 암전백승(癌戰百勝)’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노 교수는 “암전백승 프로그램을 통해 유방암의 효과적인 치료법과 치료 후 관리법 등 구체적 정보를 공개하고 유방암 환자들에게 암 극복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 교수와 함께하는 암전백승 프로그램은 12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문의 및 접수 1588-9983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노동영 교수: 20여 년 동안 1만여 건에 달하는 유방암 수술을 집도한 국내 최고 수준의 유방암 치료 권위자. 유방암 환자 모임인 ‘비너스회’를 만들었고 매년 10월 유방암 예방을 위한 ‘핑크리본 행사’를 열고 있다. 현재 세계 유방암학회 조직위원장, 한국유방암학회 이사장, 서울대병원 암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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