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파 시작, 여성은 특별한 감기에 걸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9일 03시 00분



“갑자기 질에 분비물이 많아져서 고민이에요.”

대학생 박모 씨(22·여)는 친구들 사이에서 멋쟁이로 통한다. 추운 날씨에도 미니스커트나 핫팬츠로 멋을 낸다. 스키니 진(바지통이 매우 좁은 청바지)으로 날씬한 몸매를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다른 때와 비교해 유독 질에 분비물이 많아졌다. 가려움증까지 생겨 하루에도 몇 번씩 당혹스러움을 경험한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여성의 자궁경부와 질 입구에는 약간의 점액이 존재한다. 이 점액은 투명한 백색으로 ph 4.5∼5.5의 약산성을 유지해 세균으로부터 질을 보호한다. 보통 배란기나 생리 전후, 임신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질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다.

미니스커트 같은 짧은 하의를 입으면 체온이 급격하게 변하고 자궁은 차가워진다. 스키니 진은 통풍과 혈액순환을 방해해 세균이 증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만든다. 질염, 냉대하 같은 여성질환이 겨울철에 자주 발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성질환 전문 청담여성한의원 맹유숙 원장은 “자궁이 차가워지면 질 내부의 ph 균형이 깨져 면역력이 약해진다”면서 “면역력이 떨어진 질 내부가 곰팡이 균이나 세균에 감염되는 과정에서 냉이 분비된다”고 말했다.

질염은 ‘여성의 감기’로 불릴 만큼 흔한 여성질환이다. 질염의 대표적인 증상이 바로 냉이다. 문제는 정상적인 질 분비물과 냉을 혼동하기 쉽다는 것.

정상적인 냉은 투명하거나 옅은 우윳빛을 띤다. 보통 배란기, 월경 전후 , 임신 시에 일시적으로 양이 많아진다. 그러나 냉의 양이 지나치게 많고 냄새가 심하다면 질염을 의심해야 한다.

질염에 걸리면 냉은 짙은 노란색을 띠거나 흰색 치즈와 같은 형태로 분비된다. 녹색이나 청색을 띠기도 한다. 악취가 나거나 가려움 증상을 동반하고 드물게는 하복부 통증을 유발한다. 분비물에서 악취가 나고 통증이 동반되면 트리코모나스 질염, 분비물의 양이 많고 외음부가 가렵거나 따갑다면 칸디다증 질염이 의심된다. 염증성 질염은 고름 같은 냉이 많이 발생한다. 질의 외음부가 화끈거리면서 성관계 시 통증이 동반된다.

대부분의 여성은 질염을 생리 전후 나타나는 징후로 여기고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는다. 치료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경우라도 전문적인 치료를 받기보다는 질 세정제 등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질염은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화되기 쉬운 질환이다.

맹 원장은 “질염은 질 내에 만성적인 염증을 유발해 골반염이나 자궁근종, 난소낭종 등의 질환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심하면 불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여성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본 지면의 기사는 의료전문 류경재 변호사의 감수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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