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본 병원을 내원한 신모 씨(26·여). 대기업 홍보팀에 다닌다는 그는 한눈에 봐도 수려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그에게도 남다른 고민이 있었다. 사춘기 이후 끊임없이 그를 괴롭힌 고민은 다름 아닌 무모증.
무모증은 다른 신체적 변화나 이상이 없음에도 음부에 모(毛)가 전혀 없는 증세. 모와 모 사이의 간격이 넓거나 색이 옅은 경우, 모의 발육이 미약한 경우는 빈모증이라고 한다.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학계에서는 우리나라 전체 여성의 약 10%가 무모증이라고 보고 된 바 있다.
무모증의 원인은 유전적인 영향이 가장 크다. 모계 유전, 즉 어머니의 형질이 딸에게 유전되는 경우다. 확률은 약 25%. 또한 남성호르몬의 부족과 부신피질호르몬, 갑상샘 호르몬, 여성호르몬 등의 불균형도 무모증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사실 무모증은 임신이나 출산, 성생활 등 기능적인 면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서양에서는 무모증을 치료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유교적 전통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는 무모증을 운과 결부시켜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무모증은 남에게 알리기 쉽지 않아 치료를 결심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무모증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하루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무모증은 ‘모낭단위이식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모낭단위이식법은 환자의 뒷머리 부분의 모근을 채취한 뒤 모낭이 상하지 않도록 1개씩 분리해 옮겨 심는 방법. 모낭 1개에서 1개의 모가 자라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두피에 시술하는 모발이식술과는 다르다. 숱이 많아야 하는 두피에는 1개의 모낭에서 2, 3개의 모가 자라도 크게 문제가 없지만 음모는 1개의 모낭에서 1개의 모가 자라야 시술받은 티가 나지 않고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모낭단위이식법은 부분 마취를 한 뒤 보통 1회 시술 시 800∼1200개의 모를 이식한다. 시술 시간은 2, 3시간이면 가능하다. 시술 후 모발 생착률이 90% 이상으로 매우 높다는 것도 모낭단위이식법의 장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리카락과 음모의 모양이 다른데 어색하지 않겠느냐는 의구심을 갖는다. 머리카락은 직모인 반면 음모는 다소 구불구불한 모습을 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속옷과의 마찰과 눌림으로 인해 변형된 것. 따라서 모발을 이식하는 당시에는 직모의 형태를 띠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변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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