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 시간) 오전 스웨덴 스톡홀름대 아울라 마그나 대강당. 이른 시간인데도 강당 입구는 북새통을 이뤘다. 8시 40분 강연장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자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부터 양복 차림의 지긋한 노인들까지 1200여 명이 자리를 꽉 채웠다. ‘노벨 주간(Nobel Week)’의 하이라이트인 ‘노벨 강연(Nobel Lecture)’을 듣기 위해서다.
○ 6일부터 ‘노벨 주간’ 시작
노벨재단은 알프레드 노벨의 사망일인 12월 10일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노벨상 시상식을 연 뒤 시청으로 자리를 옮겨 스웨덴 국왕이 주재하는 만찬을 연다. 이날 스톡홀름의 노벨상 열기는 절정에 달한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이 노벨상의 ‘마법’에 빠지는 것은 노벨 주간이 시작되는 6일부터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1901년부터 시작된 전통에 따라 이 무렵부터 스톡홀름의 랜드마크인 그랜드 호텔에 머물며 기자회견과 대중강연을 하며 바쁘게 보낸다.
7일 오전 왕립과학아카데미에서 열린 물리학상, 화학상, 경제학상 공동 기자회견에는 전 세계 취재진 150여 명이 몰려 노벨 주간의 분위기를 한껏 달궜다. 특히 올해 두 명의 노벨 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에서는 30여 개 매체가 찾아왔다. 가쓰다 도시히코 아사히신문 워싱턴 특파원은 “10월 6일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네기시 에이이치 교수가 선정됐을 때 비행기를 타고 바로 퍼듀대로 갔다”며 “취재 경쟁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수상자들은 ‘노벨상을 타기 위한 조건이 뭐냐’는 질문에 하나같이 창의성, 유머, 끈기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물리학상 수상자인 안드레 가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는 “자유롭고 엉뚱한 생각이 도움이 되며 노벨상 수상을 목적으로 연구하면 오히려 상을 타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는 “3년 전부터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거론될 때마다 노벨(Noble)에서 ‘N’을 떼고 생각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화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헤크 미국 델라웨어대 교수도 “(노벨상을 타겠다고) 계획하지도 시도하지도 않았더니 저절로 타게 됐다”고 말했다. ○ ‘노벨 강연’의 참맛은 쉽고 재미있게
노벨 강연의 특징은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재미있고 쉽게 전달한다는 점이다. 노보셀로프 박사는 “그래핀이라는 새로운 물질을 발견한 뒤 미국에는 ‘그래핀 거리’가 등장했고 미국 시트콤인 ‘빅뱅 이론(Big Bang Theory)’에서도 이에 관한 에피소드가 방송됐다”고 말해 청중의 환호를 받았다. 그는 강연 뒤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자신이) 명예소장으로 있는 울산과학기술대(UNIST) 그래핀센터를 내년 2월 방문해 한국 연구진과 연구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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