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생명과학실험실의 모습. 생명과학실험실은 2015년까지 단백질 지도 초안을 완성할 계획이다. 스톡홀름=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2015년이면 인간 유전자 1만9700여 개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 지도 초안이 완성됩니다. 바로 이곳 ‘생명과학실험실(Science for Life Laboratory)’에서 만들어집니다.”
스웨덴 왕립공대(KTH) 생명공학과 마티아스 울렌 교수는 6일 스톡홀름에 위치한 생명과학실험실을 동아일보에 최초로 공개하며 “인간 단백질 2만2500여 개 가운데 40%는 아직 연구조차 되지 않고 있지만 10년 안에 생명과학실험실에서 비밀을 모두 벗겨낼 것”이라고 장담했다.
올해 5월 운영을 시작한 생명과학실험실은 7500m² 규모의 5층 건물로 단백질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단백질센터다. 왕립공대, 카롤린스카연구소, 스톡홀름대 등 3개 기관이 스웨덴 정부의 지원을 받아 공동으로 설립했다. 건물 입구에는 ‘카롤린스카연구소 과학공원(Karolinska Institute Science Park)’이라는 현판이 크게 붙어 있다.
3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은 공사 중이다. 울렌 교수는 “연구자 150여 명이 우선 한 층만 사용하고 있다”며 “2013년 1월에는 다섯 층 모두 실험실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성과를 거뒀다. 울렌 교수는 “뇌냐, 신장이냐, 간이냐를 결정하도록 단백질을 발현하는 유전자는 3%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며 “다음 주 발간되는 ‘분자시스템생물학(Molecular System Biology)’ 저널을 통해 처음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생명과학에서는 단백질 연구가 한창이다. 인체를 구성하고 생체반응을 보이는 역할은 유전자가 아니라 단백질이 담당하기 때문이다. 인간 유전자 지도가 완성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신약 개발이나 질병 진단, 예측에 별다른 성과가 없자 연구자들은 단백질 지도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단백질 전체(프로테옴)를 연구하기 위해 조직된 ‘세계인간프로테옴기구(HUPO)’는 올해 9월 호주에서 ‘인간 단백질 지도’ 작성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선포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미국, 독일, 러시아, 스웨덴, 캐나다 등 12개국이 참여한다. 나라마다 염색체를 하나씩 맡아 단백질 지도를 그린다. 한국은 13번 염색체를 맡았다. 13번 염색체에는 당뇨와 유방암을 일으키는 단백질 50여 종이 들어 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미미한 상태다. 백융기 HUPO 회장(연세대 교수)은 “중국은 2005년 베이징프로테옴연구센터(BPRC)를 설립했고, 일본은 오사카에 국립프로테옴연구소를 짓고 있다”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기초과학연구원이 들어선다면 그 안에 ‘국립프로테옴연구센터’를 만들어 단백질 연구를 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단백질 연구를 이끌 가능성은 충분하다. 박영목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05년 뇌 단백질 1500여 개를 찾아 전 세계 20개 연구그룹 가운데 ‘1등’을 차지했다. 그 업적으로 박 책임연구원은 현재 HUPO 뇌단백질사업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한국은 간 프로테옴 프로젝트에도 이사국으로 참여하는 등 인간 단백질 지도 사업을 이끌고 있다”며 “단백질의 질량을 재는 고성능 질량분석기가 국립프로테옴연구센터에 갖춰진다면 세계 연구자들을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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