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40년새 집중호우 67%-폭염 15% 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5일 03시 00분


#사례 1

지난해 7월 국립생물자원관 조류연구팀은 제주와 남부지방에서 검은슴새를 발견했다. 이 새는 남미 아프리카 등 열대지방에 서식한다. 또 부산 다대포항 앞바다 일대에 자리돔 벵에돔 같은 아열대성 어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례 2

경북 상주지역 농민들은 연초부터 걱정이 많다. 지난해 일조량 부족 등 이상기후로 감나무 생육이 평년보다 늦어져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반면 강원도는 사과 재배가 붐이다. 대구 등에서 주로 재배했던 사과는 연평균 기온이 올라가면서 추운 강원도에서까지 재배할 수 있게 됐다.

기후온난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반도의 현주소다. 기상청과 국립기상연구소가 2011년 이상기후 가능성 분석에 나선 이유는 “올해 이상기후 현상이 더욱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사회 각계에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극한기후 공포증’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한반도뿐 아니라 전 세계가 현재 지구온난화로 신음하고 있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면서 북극 상공의 공기회전이 느려져 찬 공기가 빠져나와 중위도로 내려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계속된 한파와 폭우로 러시아에는 눈비(icy rain)가 내리면서 약 20만 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어졌다. 또 뉴욕, 매사추세츠 주 등 미국 동북부 지역은 눈폭풍이 몰아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여름의 경우 지구온난화로 서태평양 해역의 수온이 지나치게 올라가면서 수증기 양이 급격히 증가하고 수직기류가 생겨 강한 태풍이 발생한다.

한반도의 온난화는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1991∼2000년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은 13.5도로 1912∼1990년 12도에 비해 1.5도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세계 평균기온 상승폭(0.6도)의 2.5배에 이르는 수치다. 또 온난화로 해수 산성화, 연안 침식 등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이상기후로 연안 조업에 차질을 빚어 동해에서 오징어 어획량이 전년 대비 50% 감소하고 폭염 한파 등으로 에너지 소비가 21.8% 증가하는 등 경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온난화로 여름철 폭염일수가 증가하면 콜레라 등 식중독 환자가 8905명(2007년 평균)에서 2020년 1만2052명으로 35.3% 증가할 것이라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설명했다.

극한 기후는 ‘온난화를 막기 위한 지구의 몸부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선기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지구가 어떤 식으로든 에너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작동하다 보니 폭설 한파 가뭄 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규 강릉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기후변동이 심해 정확히 예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극한기후 시나리오를 만들어 상황별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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