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병원에서 ‘살아남기’]<5>“오늘 병원서 받은 검사, 무엇이고 얼마인지 알수 있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6일 03시 00분


현재 진료비 영수증엔 진찰료 입원료 등과 총액만 표시
검사료 등 자세한 항목 알고 싶을땐 ‘상세 내역서’ 청구해야

《지난 회에 병원마다 다른 비보험 진료에 대해 이야기했다. 병원에 가기 전에 한 번쯤은 홈페이지에서 가격을 살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진한 기자 : 이번엔 진료비 영수증 얘길 해볼까요? 환자에게는 영수증이 암호처럼 보입니다.

권용진 교수 : 그렇죠. 치료비를 내는 것은 당연한데 어떤 항목에 얼마를 내는지는 정말 궁금하지요. 그런데 영수증만 보면 자세히 알 수 없습니다.》


▽이〓마트 영수증을 보면 상품명과 가격이 상세히 나와 있는데 진료비 영수증에는 무엇이 담겨 있나요?

▽권〓병원 영수증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왼쪽에 필수항목과 선택항목이 그것인데요. 각기 요양급여와 비급여라고 돼 있지요. 항목이 상품이고 요양급여와 비급여란의 숫자가 가격입니다.

▽이〓그럼 환자가 실제 마트 영수증처럼 각 의료행위의 이름과 가격을 알 수 있나요?

▽권〓아뇨. 현재 영수증엔 자세한 항목이 진찰료, 입원료, 처치 및 수술료, 검사료라고 표시되어 있고 총액만 나와 있어 어떤 검사에 얼마가 들어갔는지는 알 수가 없죠.

▽이 기자〓의료소송을 해야 하는 경우나 민간보험에 가입했을 경우, 또 환자가 알 권리 차원에서도 자신이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자세한 내용이 필요할 텐데요.

▽권 교수〓그때는 병원 원무과에 가서 진료비 상세 내역서를 별도로 받아야 합니다. 상세 명세서를 받아도 항목 이름이 너무 전문용어로만 돼 있어 암호 같기는 마찬가지지요.

▽이 기자〓현재로서는 방법이 없군요. 진료비 상세 명세서의 서식을 바꾸는 수밖에는요. 영수증에 검사료 부분이라도 좀 더 상세히 나오면 환자가 의료 소비자로서 병원을 이용하는 데 도움이 될 텐데요.

▽권 교수〓그렇습니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제공하기는 어렵습니다. 입원 환자의 경우에 만약 그런 식으로 영수증을 출력한다면 책으로 몇 권 나오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필요한 경우에 받아가도록 하는 거죠.

▽이 기자〓그럼 외래환자만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권 기자〓동네의원이든 병원이든 외래환자의 경우는 행위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필수 항목의 분류 아래에 상세한 행위의 이름과 환자의 동의 여부, 환자의 본인부담금과 공단부담금을 표시할 수 있죠. 현재는 11개의 필수항목 진료비 중에서 진찰료 입원료 식대 정도만 짐작할 수 있고 나머지는 모두 상세 명세서를 봐야만 알 수 있습니다.

▽이 기자〓그렇게 되면 좋겠네요. 사실 행위 항목을 알려줘도 환자가 모든 내용을 알 수는 없지요. 그래도 ‘아, 그때 한 검사가 이거였구나’ 정도는 알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각각의 비용도 중요하고요.

▽권 교수〓네. 맞습니다. 그래야 병원과 의사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상세한 행위를 영수증에 적는다면 환자가 다른 병원을 방문할 때 영수증을 갖고 갈 경우 치료비 절감 효과도 있고요.

▽이 기자〓자신이 치료 받은 내용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도 알아볼 수 있지요?

▽권 교수〓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에 대한 기본 정보는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서도 구할 수 있어요. 하지만 기본 정도와 용어 설명은 자세히 나오는데 자신의 진료비가 자세하게 나오진 않아요.

▽이 기자〓홈페이지 화면 왼쪽에 있는 병원 진료비 정보를 클릭하면 주요 수술 및 질병에 대한 진료비 정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심평원에 홈페이지에 따로 신청하면 볼 수 있지만 한 달 정도 걸려야 본인의 진료비를 자세히 볼 수 있죠.

▽이 기자〓사실 의사 입장에서도 자세한 내용을 알려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의사의 행위보다 검사나 재료대, 약값이 훨씬 많이 들어가니까요.

▽권 교수〓하지만 의사는 환자에게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을 싫어합니다. 정보 제공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자신을 못 믿는 것 같은 느낌이 싫은 거지요. 자신은 최선을 다했는데 환자가 의심한다고 생각하면 기분 나쁘니까요.

▽이 기자〓꼭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입장에서는 돈을 어디에 내는지 알고 싶은 욕구가 더 크죠. 가끔은 이상한 의사와 이상한 환자가 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니 서로 오해하지 말아야 되겠네요.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를 쌓기 위해선 암호 같은 영수증을 마트와 같은 영수증으로 일부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수증의 서식을 바꾸는 방안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다음엔 질병은 같은데 약 값은 왜 모두 다른지에 대해 알아본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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