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장 잘하는 과학을 나눠 줬을 뿐입니다. 저의 재능이 고국 청소년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 주는 데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제야 조금씩 결실을 맺는 듯합니다. 단지 과학블로그를 운영했을 뿐인데 기부금이 모여서 소외 청소년에게 전달되는 것도 기쁩니다.” 김문제 미국 텍사스주립대 재료공학과 교수(49)의 말이다. 한국인 고교생 3명과 중학교 과학교사 1명이 김 교수를 만나기 위해 미국 댈러스로 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김 교수의 블로그 ‘나노과학자 김 교수의 미래뉴스’ 애독자들이다.》
김 교수가 사비로 ‘나노원정대’를 꾸리고 초청한 것은 사이버공간을 넘어 실제 연구현장에서 더 많은 과학지식을 나눠 주고 싶어서다. 나노원정대 학생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0일까지 3주간 미국 텍사스주립대에 머물며 다양한 체험을 했다. ○ 도금실험 거쳐 전자현미경 실습
“동전을 꺼내 보세요.”
조교가 도금 실험을 위해 학생들의 호주머니를 털었다. 한국 동전 서너 개, 미국 25센트 동전 두어 개를 모았다. 이 동전을 초음파세척기와 에탄올로 씻어 눈앞의 기계에 넣었다. “우아∼” 유리창 너머로 플라스마 상태의 아르곤 가스가 분홍색 빛을 내뿜으며 금을 분해하기 시작하자 학생들 사이에서 탄성이 나왔다. 금빛 가루가 차곡차곡 쌓이며 얇은 막을 형성해 갔다. 10분 뒤 기계가 멈추고 뚜껑이 열렸다. 기대와 달리 모든 동전이 금화로 바뀌지는 않았다. 몇 개는 색깔만 조금 누렇게 변했다.
이때 김 교수가 나섰다.
“낡은 동전은 흠집과 얼룩 때문에 도금이 잘 되지 않습니다. 반도체도 마찬가지 현상이 생기기 때문에 먼지가 없는 클린룸(clean room)에서 만드는 것이지요. 내일은 실제로 클린룸을 방문해 반도체 장비를 직접 다뤄보도록 합시다.”
김 교수의 얘기가 끝나자 학생들은 ‘와∼’라며 다시 환호성을 터뜨렸다. 단순한 실험으로 원리를 체험한 뒤 응용과정을 살펴보는 김 교수만의 체험교육 방식이다.
학생들이 다음 날 반도체의 원료인 실리콘 박막(웨이퍼)에 나노가공장비인 ‘집속이온빔’을 이용해 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크기로 자신의 이름을 새겨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도연 군(17·한국과학영재고 2학년)은 “200만 달러(약 22억 원)에 달하는 실험 장치를 직접 다룰 수 있다니 꿈만 같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 밖에 수술로봇체험, 주사전자현미경을 이용한 나노 구조 관찰 실습 등의 과정을 공부했다.
○ “체험교육 통해 과학지식 전파할 것”
김 교수는 교실수업으로도 전달할 수 있는 일에 많은 시간과 자원을 들이고 있다. 그는 “체험으로 얻은 지식만이 자기 것이 된다”며 “이 학생들이 앞으로 나노과학 전도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노원정대 학생들도 체험학습을 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지혜 양(16·홈스쿨링)은 체험학습을 마치고 “나노종합전시장을 한눈에 둘러본 듯한 기분”이라고 했다.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 나노원정대에 지원한 박종민 군(17·서울 서초고 2학년)은 “이곳에서 함께 나노 과학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미 지식을 전파하는 사람으로 변했다. 댈러스 현지에서부터 과학체험 소식을 하루하루 ‘미래뉴스’ 블로그에 일기 형식으로 등록해가며 ‘과학나눔’ 콘텐츠를 만들었다. 김 교수는 “학생들의 변화에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며 “과학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나노원정대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재능 기부하니 소외 청소년 기부금으로
김 교수가 이처럼 과학지식 전파에 열성인 또 다른 이유는 ‘과학으로 좋은 일도 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김 교수의 블로그는 네이버가 운영하는 ‘해피빈 재능기부’ 홈페이지와 연결돼 있다. 김 교수의 과학콘텐츠를 읽은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사이버머니 ‘콩’을 기증하면 네이버 측이 수익금을 모아 소외 청소년 교육에 쓴다. 그가 처음 ‘미래뉴스’ 블로그에 글을 쓴 것은 지난해 10월. 현재 2만 개가 넘는 콩이 모였다. 콩 1개는 100원의 가치가 있으니 4개월 사이에 200만 원이 넘는 기부금이 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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