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 값 선진국선 신약의 30%, 우리나라선 최고 68%
모든 약가 공개되지만 의사-환자가 비교해보기는 거의 불가능
《똑같은 증상으로 의사의 처방을 받았는데도 약국마다 가격 차이가 크고 약의 종류도 다를 때가 많다. 이번엔 약값과 약의 종류가 왜 그렇게 다른지 파헤쳐 봤다.
이진한 기자 : 환자가 같은 증상으로 이 병원 저 병원 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마다 처방을 받아 약국에 가면 주는 약도 다르고 약값도 조금씩 다릅니다. 증상이 비슷하니 주는 약도 비슷할 것 같은데, 같은 약인데도 모양이 다르고 가격도 달라질 수 있나요?
권용진 교수 : 그럴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성분과 효능이 같지만 모양도 다르고 가격도 다른 약이 많이 있다는 것이죠.》 ▽이=A제약회사의 B약과 C제약회사의 D약이 ‘FF’라는 같은 성분의 원료로 만들어졌으나 B약과 D약은 생긴 것도 다르고 가격도 다를 수 있다는 얘기죠. 같은 성분의 약은 한 가지만 있으면 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여러 가지 약이 생기는 건가요.
▽권=대개 신약이 만들어지는 데 15년 정도 걸리고 5000억 원 이상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그러니 신약이 나오면 10년 이상 특허기간을 인정해 주고 있죠. 그 기간이 지나면 특허가 풀리고 싼 약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말 효능과 효과가 같냐는 것이죠.
▽이=그렇네요. 효능이 같다면 보다 싼 약을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권=약효가 같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란 것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같은 기준을 사용해서 하는데 이 시험에 통과하면 같은 약이라고 할 만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많은 약들이 생동성 시험을 통과했지만 2006년에 시험 결과를 조작한 사건이 있은 후로는 의사들이 그 결과를 잘 신뢰하지 않는 편입니다.
▽이=생동성 시험의 신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한 일이겠네요. 그럼 가격 차이는 어떤가요.
▽권=복제약들은 연구개발비가 안 들기 때문에 신약보다 가격이 많이 낮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매우 높은 편입니다. 선진국들은 신약 대비 복제약 값이 30% 수준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가장 먼저 만드는 복제약의 경우 68%까지도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이=그런데 환자들은 그런 약들이 있는지조차 전혀 알지 못합니다. 같은 성분 같은 효능이라면 굳이 비싼 약을 먹을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요.
▽권=문제는 성분과 효능이 같고 가격만 다른 약이 몇 개나 있는지, 가격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의사도 일부러 찾아보기 전에는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환자가 약값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공개가 돼 있진 않나요.
▽권=모든 약가는 공개됩니다.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약의 종류도 공개돼 있고요. 그런데 환자가 같은 성분의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약을 비교해서 찾아보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청 사이트를 뒤져야 겨우 알 수 있어요.
▽이=사실 환자가 그걸 비교해 본다고 해도 의사가 처방한 후에야 알 수 있는 일인데요. 결국 의사가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권=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약 중에 가장 싼 것이 어떤 것인지를 먼저 알려주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일일이 찾아볼 수 없으니 자동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게 일선 의사들의 요청입니다. 가령 처방전에 의사가 처방한 약 바로 아래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약 중에 가장 싼 약이 자동적으로 표시되도록 하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의사도 자신이 처방한 약보다 얼마나 싼 약이 있는 줄 알게 됩니다. 그런 시스템에 환자가 접근할 수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이=그래야 의사도 처방할 때 생각을 해 볼 수 있고 환자도 싼 약으로 바꿔달라고 할 수 있겠네요.
▽권=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약은 약사가 환자의 동의 없이 마음대로 바꿔줄 수 있게 되어있다는 것이죠. 바꿔준 다음에 바꿨다고 환자에게 알려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이=이해할 수가 없군요. 환자의 동의를 받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권=아직은 생동성 시험에 대한 신뢰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성분과 효능이 같은 약에 대한 선택권을 의사가 갖고 있습니다. 환자가 가격을 알면 복제약 약가를 선진국 수준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생동성 시험에 대한 신뢰도 향상도 필요합니다.
권 교수와 대화를 하면서 환자는 효과가 같은 약이 있더라도 싼 약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고 의사나 약사가 선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냥 처방해 주는 약, 조제해 주는 약을 주는 대로 먹기 보다는 가격을 비교해 보는 것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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