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태양폭풍이 몰려온다며 지구가 소란스러웠다. 그러나 별다른 피해 없이 잠잠히 끝났다. 우려와 달리 통신이 끊기고 정전이 일어나고 인공위성이 고장 나는 일은 없었다. 이 정도 피해라면 태양활동이 극대기가 되는 2013년에도 별일은 없을 것 같다. 태양폭풍은 기우(杞憂)일까. ○ 태양폭풍, 자기장 방향이 피해 규모 결정
태양폭풍은 태양의 흑점이 폭발하며 표면에 있던 높은 에너지를 가진 플라스마 입자가 우주로 방출되는 현상이다. 태양폭풍이 지구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자기장 교란’이다.
지구는 자기장을 갖고 있다. 지구를 자석으로 생각하면 북쪽이 S극, 남쪽이 N극이다. 자기장은 N극에서 나와 S극으로 흐른다. 그런데 태양폭풍은 이 자기장에 영향을 준다. 태양폭풍 자체가 고유 자기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발생한 태양폭풍은 지구의 자기장 방향과 같아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김연한 한국천문연구원 태양우주환경연구그룹 선임연구원은 “태양폭풍은 흑점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홍염(코로나)의 방향에 따라 달라진다”며 “이번에 발생한 태양폭풍은 지구와 마찬가지인 ‘북쪽 방향’ 자기장을 띠어 교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태양폭풍의 자기장이 남쪽 방향이면 피해 규모가 달라진다. 지구의 자기장이 교란되는 ‘지자기장 폭풍’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2∼4일 지속되며 기존 자기장에 맞춰진 전자장비에 일대 혼란을 일으킨다. 전류가 반대로 흐르거나 더 많이 흘러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파손시키기도 한다. 김 연구원은 “1989년 발생한 태양폭풍은 캐나다 퀘벡 주 전체에 정전을 일으키고 자동차도 고장 냈다”고 말했다.
○ 인공위성 보호기술도 개발돼
이번 태양폭풍엔 인공위성도 멀쩡했다. 우리나라의 인공위성은 물론 해외에서도 피해 사례가 거의 없었다. 천용식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운용실장은 “최근 개발된 인공위성은 대부분 태양폭풍에 대비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며 “웬만큼 강력한 태양폭풍이 아니면 거의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밝혔다.
태양폭풍이 인공위성에 주는 피해는 대개 ‘궤도 이탈’이다. 고도 3만 km에서 지구를 도는 정지궤도위성은 태양폭풍의 플라스마 입자를 직접 맞아 궤도에서 벗어난다. 고도 5000km 이하에서 도는 저궤도위성은 밀도가 높아진 공기에 밀려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천 실장은 “태양폭풍에 포함된 입자 때문에 저궤도위성 주변 공기의 밀도가 높아진다”며 “위성이 대기 입자와 많이 부딪치면 속도가 줄기 때문에 궤도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태양폭풍이 인공위성의 부품에 영향을 주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태양폭풍의 입자를 막을 수 있도록 특수 코팅을 하거나 얇은 금속박막으로 중요 부품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천 실장은 “만약 강한 태양폭풍이 발생해도 최소의 기능만 남기고 전원을 끄면 큰 피해는 입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태양폭풍으로 위성이 큰 피해를 본 사례는 2001년 궤도를 이탈한 일본 아스카 위성과 1997년 수명이 단축된 미국 AT&T의 위성 등이다.
2013년 발생한다는 대규모 태양폭풍에 대해서도 국내 과학자들은 부정적이다. 김연한 연구원은 “2013년 태양의 흑점 수는 다른 태양활동 극대기에 비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자장비에 문제를 일으킬 정도의 피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종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도 “사람도 다칠 수 있다는 식의 근거 없는 공포감을 조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과거와 달리 전자장비의 의존도가 높은 현대인의 생활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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