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숨만 쉬었을 뿐인데 전기가 만들어진다?’ ‘여행 중에 물을 잘못 마시면 배탈 나는데, 휴대용 정수기 없나?’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은 일에 과학자들이 도전하고 있다.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황당한 연구로 비칠 수 있지만 이러한 시도가 미래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성실 실패’를 인정하는 한국연구재단의 도움을 받아 ‘모험연구’에 뛰어들었다.
○ 몸이 발전기, 옷은 배터리
김용준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인체에너지변환 융합연구단’은 몸에서 발생하는 각종 에너지를 전기로 바꿔 옷에 저장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사람이 숨을 쉴 때 흉부가 움직이는 힘, 팔이나 다리를 구부릴 때 발생하는 물리적인 힘 등을 ‘압전소자’를 이용해 전기에너지로 바꾸면 된다. 김 교수는 “옷에 주름이 생기는 부분은 모두 힘이 작용한 부분”이라며 “압전소자를 얇게 만들어 옷에 넣으면 이런 힘을 모아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움직이는 힘만으로 부족하다면 체온 변화를 이용할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온도 차에 의해 전류가 발생하는 ‘열전소자’를 옷에 넣어서 미세한 체온 변화나 바깥 공기와 몸의 온도 차를 전기로 만들 계획이다.
문제는 이렇게 긁어모은 에너지의 양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사람 한 명이 압전소자나 열전소자가 들어 있는 옷을 입고 만들어 낼 수 있는 에너지는 20mW(밀리와트·1mW는 1000분의 1W)로 1W 전력을 소모하는 스마트폰 한 대를 작동시키기에도 부족한 양이다. 김 교수는 “전자기기의 전력 소모량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로 미래에는 정보기술(IT) 기기의 전원으로 사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옷에 저장한 에너지를 꺼내 쓰는 기술도 어려운 과제다. 김 교수는 “화학공학, 재료공학, 운동생리학, 의류학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연구하고 있다”며 “3년 뒤에는 특허를 내고 2020년에는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목걸이 정수기
조재원 광주과학기술원(GIST) 환경공학부 교수는 요즘 간단히 손잡이만 돌리면 언제 어디서든 물을 정수해 마실 수 있는 휴대용 정수기 목걸이를 구상하고 있다.
조 교수는 이미 3년 전부터 케냐, 아이티 등 제3세계 국가에 정수 장치를 공급해왔다. 구멍이 수 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이하인 얇은 막으로 물속 불순물을 걸러내는 장치다. 발로 페달을 돌려 펌프를 작동시키기 때문에 전기가 없어도 문제가 없지만 소형 냉장고 크기다. 조 교수는 “정수 장치에 들어가는 막과 펌프의 크기를 100분의 1로 축소하면 목걸이 정수기를 개발할 수 있다”며 “막의 구멍이 미세해 보통사람들이 세척하기 어렵다는 문제만 해결하면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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