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마음으로 봄볕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겨우내 못 만났던 이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도 많다. 신입생 환영회와 야유회 등 모임이 늘면서 술을 마실 기회도 자연스레 증가한다. 한국주류산업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매년 1, 2월 감소하던 주류 판매량은 3월부터 늘어난다. 지난해 3월에는 소주와 맥주 판매량이 전월에 비해 15∼18% 증가했다. 음주량이 늘어나는 만큼 술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도 많아진다.》
대학 신입생이나 회사 신입사원은 전과 달리 회식이 갑자기 늘어나 술을 많이 마시게 된다. 음주량이 갑자기 늘어나면 급성 간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적은 양이라도 매일 술을 마시면 한순간의 폭음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동아일보DB
알코올질환 전문병원인 다사랑중앙병원의 입원환자 통계를 보면 2009년 12월∼2010년 2월에 274명, 2010년 3∼5월에 359명이었다. 김석산 원장은 “겨울 동안 움츠러든 몸 상태로 환절기를 맞으면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알코올에 더 취약해진다”고 말한다.
계절 변화로 인한 불면증,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불안감이 생겨 술을 찾는 이들이 늘기도 한다. 알코올은 일종의 진정제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푸는 데 효과가 있다. 적당한 양의 알코올은 뇌의 신경세포를 자극해 기쁨과 행복감을 준다. 하지만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음주하다 보면 알코올에 의지하는 습관이 들고 알코올이 감정을 조절하는 전두엽을 자극해 충동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 갑작스러운 음주량 증가 급성 질환 위험
대학 신입생이나 회사 신입사원 중에서 평소 술을 잘 마시지 않던 사람이 음주량을 늘리면 급성 질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
알코올이 간에 나쁘다는 건 잘 알려진 상식. 우리가 섭취하는 알코올의 80∼90%는 간에서 처리하므로 많은 양을 마시면 간 질환의 원인이 된다. 알코올이 유발하는 간 질환은 지방간, 급성 간염, 간경변증 등. 술을 마시고 토할 경우 말로리바이스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구토를 할 때 갑자기 좁아지는 부위인 위와 식도의 경계부에 구토물이 압력을 가하면서 위와 식도 접합부 점막이 찢어져 출혈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고동희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소화기센터 교수는 “많은 출혈이 한꺼번에 일어나면 사망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피를 토했을 때는 응급 진료를 받은 후 소화기내과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과음 후 속쓰림이 생겼다면 급성위염을 의심해야 한다. 알코올은 위장 운동을 방해하는 데다 위 점막을 손상시켜 속이 쓰리고 더부룩한 증상을 악화시킨다. 급성 출혈성 위염이 생기면 위출혈을 일으킬 수도 있다. 위액이 식도로 역류해 식도 점막을 자극해 염증을 일으키는 역류성 식도염도 과도한 음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가슴과 명치 부근에 타는 듯한 통증이 오고 목이나 흉부에 음식물이나 가래가 계속 걸려 있는 느낌, 입이 쓴 느낌이 들기도 한다. ○ 조금씩 매일 마시는 알코올은 독
알코올로 인한 급성 질환을 막으려면 술을 피하는 게 최선. 피할 수 없다면 지혜롭게 마셔야 한다. 술은 연속으로 마시는 행위가 가장 위험하다.
간은 강한 재생력을 가진 장기다. 술을 마시고 며칠간 쉬면 손상된 간세포가 복구되지만 계속 술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쌓여 위험하다. 정훈용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반주 등으로 매일 소량의 술을 마시면 폭음보다 간에 더 많은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균적으로 알코올이 완전 분해되려면 맥주 1병은 3시간, 소주 1병은 15시간이 걸린다. 정 교수는 간 기능이 완전히 회복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72시간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샴페인처럼 탄산가스를 발생시키는 술은 일반 술보다 더 빨리 취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탄산가스가 알코올 흡수를 촉진하기 때문인데 술에 콜라나 사이다를 타 먹으면 더 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복에 술을 마시면 식사 후 음주에 비해 알코올 혈중 농도가 2배가량 높아지므로 삼가야 한다. 술을 마시기 전 어떤 음식이든 조금 먹어둬야 하고 두부 등 단백질이 풍부한 안주를 곁들이면 좋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는 비타민이 많이 필요하다. 겨울 동안 과일과 채소의 섭취가 부족하고 운동량도 적어 몸은 영양 결핍, 특히 비타민 부족 상태다. 비타민이 부족하면 알코올 해독이 5∼20% 느려진다.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어 부족한 비타민을 채워줘야 한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 초보자를 위한 음주법 ::
●빈속에 술 마시는 건 금물.안주를 적당히 먹어라 ●원샷은 피해라.첫 잔 원샷은 위와 간을 놀라게 하므로 주의한다 ●술만큼 물을 마셔라 ●삼겹살, 치킨, 땅콩 등 칼로리 높은 안주는 비만을 부르므로 절제하라 ●폭탄주는 급성 질환을 부른다.피하는 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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