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의 ‘2008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04∼2008년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10명 중 6명은 진단 후 5년 넘게 생존했다. 암 진단과 치료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며 일어난 현상이다. 요즘에는 암수술도 절개를 최소화해 통증과 상처를 줄이는 수술법들이 각광받고 있다. 고려대병원과 함께 최신 암 치료법에 대해 알아봤다.
○ 위암·대장암-개복 수술 대신 내시경·복강경으로
위암은 조기 진단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내시경과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법이 주목받고 있다. 암의 크기가 작고 림프절로 전이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조기 위암은 내시경을 통해 종양을 세밀하게 제거할 수 있는 ‘내시경적 점막하절제술(ESD)’로 치료한다. 내시경적 점막하절제술은 위암의 발견과 동시에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완치율도 90%가 넘는다.
기존 개복수술과 달리 최소 절개로 수술이 가능한 복강경수술도 있다. 복강경수술이란 환자의 배를 완전히 절개하는 대신 0.5∼1cm 크기의 작은 구멍을 내고 구멍을 통해 시술에 필요한 수술장비, 카메라를 넣고 수술하는 방법이다. 기존 개복 수술에 비해 후유증이 적고 회복 기간이 짧다. 박성흠 고려대 안산병원 상부위장관외과 교수는 “국내 의료진이 하는 위암수술이 세계적인 표준이 될 만큼 위암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복강경은 대장암 수술에도 많이 쓰인다. 대장암 수술은 주위 장기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데 복강경 수술은 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빨라 조기에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으며 상처가 작아 미용적인 효과도 있다. 김진 고려대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개복 수술과 비교해 장기적인 암 치료 성적에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복강경의 단점을 보완한 로봇수술도 많이 쓰인다. 복강경보다 수술시야가 넓고 사람 손과 비슷하게 움직일 수 있어 수술 도중 신경이나 혈관을 보존하고 림프절을 정교하게 절제한다. 수술 후 배뇨나 성기능의 향상에도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 갑상샘암·유방암-미용적인 측면도 같이 고려
갑상샘암은 여성에게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한다. 정광윤 고려대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여성암이기 때문에 암을 완전히 제거하면서도 수술 흉터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갑상샘암의 내시경 수술은 암 크기가 1cm 이하이고 림프절에 전이가 없을 때 적용한다. 과거에는 목 부위를 4∼5cm 절개하고 결절을 제거했으나 흉터가 크게 남았다. 최근에는 겨드랑이나 젖꼭지 주위를 절개한 후 이곳을 통해 수술하는 내시경 수술을 많이 한다. 또 로봇수술을 통해 신경과 혈관은 보존하면서 암 조직을 제거하는 등 인간 손의 한계를 뛰어넘는 정교한 조작이 가능해졌다.
자궁경부암 수술도 마찬가지. 이재관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최소침습수술로 흉터와 합병증을 줄인다”고 말했다.
유방암 역시 암 수술과 동시에 유방재건술을 실시해 미용적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유방 즉시재건술’이란 유방암 수술과 동시에 유방의 모양을 성형해주는 것으로 보형물이나 뱃살, 등살 등 자가조직을 이용한다. 유방즉시재건술은 외과, 성형외과 등 여러 의료진이 동시에 수술을 시행하기 때문에 수술을 한 번만 받으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수술시간도 6∼7시간으로 외과적 수술이 끝난 후 성형외과 수술을 하는 타 병원에 비해 반 이상 줄였다.
즉시재건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형물 대신 제왕절개 상처를 통해 얻은 복부 조직을 이용한 ‘자가조직 복부피판술’도 시행한다. 복부피판술이란 제왕절개를 했던 수술 상처를 통해 환자 자신의 복부근육을 이식하는 방법이다. 상처 부위가 작고, 자기조직을 이용하며 새로운 흉터가 남지 않는다. 손길수 고려대 안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기존 제왕절개의 상처를 이용해 흉터가 작고 자연스러운 유방의 모양을 찾을 수 있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 간암-맞춤 융합 치료로 생존율 높여
간암의 치료는 한 가지 방법이 아니라 간동맥화학색전술과 국소소작술, 표적항암치료제, 방사선 요법을 섞어 맞춤치료를 하고 있다. 국소소작술은 전극이 달린 긴 바늘을 종양 내에 삽입해 열로 종양 세포를 괴사시키거나 알코올을 주입해 괴사시키는 방법이다. 종양을 수술적으로 제거하기는 어렵지만 크기가 4cm 이하일 경우, 종양의 수가 3개 이하일 경우 적절하다. 수술 못지않게 치료 성적이 우수하고 반복치료도 가능하다.
간동맥화학색전술은 간암으로 향하는 동맥에 항암제를 투여해 혈관을 차단하여 종양만을 선택적으로 괴사시키는 방법이다. 수술적 치료나 국소소작술의 치료 적응이 되지 않는 경우에 실시한다. 변관수 고려대 구로병원 간센터 교수는 “만성 간 질환이 있거나 의심된다면 정기검진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하지만 간암으로 확진받았더라도 자신의 상태에 맞는 맞춤치료로 생존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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