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한번에 640장 영상을 얻을 수 있는 도시바의 애퀼리언 원 CT, 임상에 사용되는 최고 사양인 필립스의 아치바 3.0T MRI, MRI와 PET를 동시에 지멘스의 바이오그래프 mMR
《1895년 독일의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이 X레이를 발견한 이래, 110여 년간 의료 분야에서 영상진단장비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업체들은 보다 정밀한 영상을 얼마나 빠르고 안전하게 얻느냐를 경쟁해 왔다. 많은 질환의 최종 진단에 사용될 만큼 정밀한검사 결과를 보여준 CT(컴퓨터단층촬영)와 MRI(자기공명영상)의 발전은 특히 괄목할 만하다. 최근에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과 MRI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형태도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 가장 빠르고 정밀한 CT
CT의 경우 최대한 정밀한 영상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이 주된 목적. 방사선 피폭량을 최소로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도시바는 2007년 한 번에 320장의 영상을 얻을 수 있는 애퀼리언 원(Aquilion ONE)을 출시한 뒤 2009년에 다시 640장의 영상을 획득할 수 있는 640 MSCT(Multi-slice CT)로 업그레이드했다. 기존 CT로는 발견하지 못하던 2mm의 종양까지 정확하게 진단해낼 만큼 영상의 질을 높인 것. 게다가 방사선 피폭량을 크게 줄였다. 심장 촬영은 기존 모델 대비 90% 이상, 흉·복부에서는 최대 75%까지 방사선 피폭량을 줄였다.
찍는 속도도 빨라져 검사 시간이 줄고 영상의 정확도가 커지면서 움직임이 많은 어린이도 별도의 안정제 투여 없이 촬영이 가능하다. 한 번 검사로 뇌 영상과 동맥 및 정맥 영상, 뇌관류 영상까지 5분 이내에 얻을 수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 홍익병원, 인천성모병원, 일산백병원, 상계백병원, 해운대백병원, 동아대병원 등 모두 7개의 병원에서 볼 수 있다.
○ MRI의 리더, 연구용 7.0T까지 신체 부위 정밀한 영상 구현
MRI는 자기장이 강할수록 영상이 선명하다. 현재 임상에서 사용되는 최고 사양은 3.0T(테슬라 ·자장의 단위). 필립스의 아치바는 전 세계에 가장 많이 설치된 3.0T MRI 기기다. 뇌신경, 근골격, 복부, 심장, 혈관조영 영상 등 모든 신체 부위의 영상을 정밀하게 보여준다. 현재 필립스가 유일하게 보유한 멀티트랜스미트 기술은 전자기장을 만드는 RF 소스를 두 개로 늘려 복부, 유방, 심장 및 척추 검사에서 진단의 정확도를 현저히 높이고, 검사 시간도 최대 40%까지 줄였다.
자기장이 3.0T MRI보다 2배 이상 센 7.0T MRI는 세포나 분자 수준 기능 연구가 가능해 종양학 또는 알츠하이머,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 등의 연구에 사용된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에서 내년에 도입할 예정인 필립스의 아치바 7.0T MRI는 아시아 최초로 ‘액티브 실드’라는 자장 차폐기술을 이용해 기존보다 작은 공간에 설치할 수 있고 무려 8개의 RF 소스를 사용해 뇌뿐 아니라 전신에 대한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
한편 도시바에서 출시한 아틀라스 MRI는 조영제 없이도 굵은 혈관은 물론이고 손과 발의 매우 가늘고 미세한 혈관도 촬영할 수 있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들이 사용하기에 좋다. 또 소음을 90% 이상 줄여 소리에 민감한 소아나 여성 환자의 검사에 적합하다.
최근엔 MRI 기술에 다른 치료 및 진단기술들을 융합해 주목받고 있다. MR-HIFU(고강도집속초음파)와 MR-PET 등이 대표적.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 가동 중인 필립스의 ‘소날리브 MR-HIFU’는 MRI를 보면서 초음파의 에너지로 종양을 없앤다. 마취나 절개가 필요 없고 통증이 없다.
또 기존엔 MRI의 강력한 자기장이 PET 부품의 기능을 방해하는 문제로 인해 두 기기의 통합 기술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지멘스 헬스케어는 자장 내에서도 호환이 가능한 PET 검출기를 개발해 2011년 처음으로 선명한 영상을 제공하는 PET-MRI 융합 시스템 ‘바이오그래프 mMR’를 탄생시켰다.
지금까지 환자들은 PET 또는 CT 검사를 받고 정밀검사를 위해 다시 MRI 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MRI와 PET를 결합한 바이오그래프 mMR를 사용하면 종합적인 검사를 한 번에 끝낼 수 있다.
PET 검사를 통해 악성 종양, 간질, 알츠하이머병, 염증성 질환 등을 진단한다. 바이오그래프 mMR는 두 기기의 영상기술적 장점을 접목했다. 이 기기는 기존의 MRI와 PET를 개별적으로 진행할 경우 1시간이 훨씬 넘게 소요됐던 전신촬영 시간을 30분으로 단축시켰다. 또 기기가 차지하는 공간을 절반으로 줄였다. 방사선을 방출하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이다.
바이오그래프 mMR는 뇌종양, 신경 퇴행성 질환, 급성 및 만성 뇌중풍(뇌졸증)과 같은 많은 뇌 관련 질환을 더 정확하게 판별하고, 우울증 치매 정신분열증 강박장애 등 정신질환 검사에도 활용된다. 특히 알츠하이머(치매) 환자들에서 뇌 구조의 변화, 대사적 변화는 물론이고 각 뇌세포의 기능적 변화를 관찰해 원인 분석 및 이를 통한 치료 방법을 연구할 수 있다.
마르쿠스 슈바이거 독일 뮌헨공대 의대 교수는 “mMR는 신경, 종양, 심장 질환 진단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면서 “이 밖에 암, 심장질환, 치매 등의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나 치료법 개발 등의 연구 분야에서도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필립스의 ‘인제뉴이티 MR-PET’는 2010년 12월, 유럽연합(EU)의 통합규격인증 마크인 CE인증을 획득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됐다. 국내에도 조만간 도입될 예정. MR-PET는 기존에 불가능했던 종양학, 영상의학, 심장학 등 여러 분야의 조기진단 및 맞춤형 치료에서 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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