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3월 776억원 흑자 ‘미스터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1일 03시 00분


연휴? 약제비조정? 모두 없는데 진료비 지출 뚝
공단“정책효과” 의료계“수가 깎은 탓” 해석분분

올해 재정 위기를 맞고 있는 건강보험이 3월 776억 원의 흑자를 냈다. 건보 재정에 남은 돈(적립금)도 8807억 원으로 늘어났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올해 50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예상하며 재정절감 정책을 시행해왔다. 하지만 건보 재정은 올 1월 2942억 원 적자 뒤에 2월 1381억 원, 3월 776억 원의 흑자를 연달아 냈다.

2월 흑자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송상호 건보공단 홍보실 과장은 “설 연휴가 들어 있는 2월은 병의원 이용이 줄면서 진료비 지출도 덩달아 준다. 이 때문에 매년 2월은 보통 흑자를 기록한다”고 말했다. 보통 하루 진료비 지출이 1000억 원 정도이기 때문에 4, 5일간의 설 연휴는 건보 재정에 큰 도움이 된다. 국고 지원금도 상반기에 절반 이상 건강보험으로 들어온다.

그러나 3월 흑자는 복지부와 건보공단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보험료 수입 증가는 오래전부터 예상할 수 있었다. 직장 가입자의 경우 올해 보험료가 연봉의 5.64%로 인상됐다. 3월 보험료 수입은 예상보다 360억 원 더 걷힌 3조498억 원이었다. 3월 보험료 징수율도 98.9%로 2월보다 2.2%포인트 높아졌다. 1인당 보험료가 더 많이 걷혔고 보험료 납부도 많았다는 뜻이다. 특히 기업들이 상여금을 많이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올해 보험료 수입 전망은 밝은 편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진료비 지출이 적은 이유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3월 급여비 지출 증가율은 9.5%(3개년 증가율 평균치)로 추정됐지만 8.5%에 머물렀다. 예상보다 600억 원이 줄어든 2조8623억 원이 병의원과 약국에 급여비로 지급됐다.

박민수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촬영 등 영상수가 인하, 경증환자 약제비 조정은 모두 하반기에 시행되는데 3월 지출이 준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명수 건보공단 재정관리실 차장은 “아직 병원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거쳐 공단에 청구되지 않은 금액이 1000억 원 정도 된다”며 섣부른 흑자 전망을 경계했다. 일각에서는 “약가 인하 등 재정절감 정책 효과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병의원 등 의료계는 이와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검진율 증가, 교통사고율 감소 등 환자가 예전보다 줄어들고 있는데 정부가 적자를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반응이다.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장은 “올해는 신종 인플루엔자 같은 전염병 유행이 없고 사고도 줄어 병원마다 환자 입원율, 진료율이 떨어진다는 보고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진료비 청구액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지출 증가율이 둔화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혁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도 “의원 진료비는 매년 1%씩 줄고 있다”며 “정부가 명확한 재정추계를 하지 않고 진료수가만 깎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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