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튄구 뒵서 뻘짓했쥐”… 이런 말 쓰면 성대 망가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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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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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소리-축약어 많은 인터넷 언어 분석해보니…


‘헐, 튄구 뒵서 뻘짓했쥐(어휴, 친구 집에서 헛수고했네).’

이 같은 인터넷 언어를 반복해서 따라 말하다가는 조음 장애를 겪거나 성대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음성치료전문 프라나이비인후과의 안철민 원장은 “인터넷 언어는 한국인이 발음하기 까다로운 된소리와 축약어를 다수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원장은 국내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의 게시판에 게재된 글을 분석해왔다. 안 원장은 “익숙하지 않은 발음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성대와 목 주변 근육의 과도한 수축으로 목소리 변성 또는 소통장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발음 힘든 인터넷 언어 4가지로 구분


안 원장은 인터넷 언어 중 발음하기 어려운 말을 ‘헐’ 같은 창작형, ‘옙’ 같은 첨가형, ‘씀’ 같은 축약형, ‘뻘∼’ 같은 속어형 등 4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이 표현들 중 상당수가 한국인의 조음 구조상 발음하기 어려워 자주 소리내 읽으면 조음 장애를 겪거나 성대에 무리가 간다는 것이다.

발음이 힘든 인터넷 언어를 분석해보면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한글과는 달리 ‘확장’ ‘축약’ 등 나름의 규칙에 따라 변하고 있다. 가령 ‘예’를 뜻하는 ‘옙’이나 ‘∼했지’가 변형된 ‘∼했쥐’ 등의 경우 언어의 원형에 감정을 표출하기 위한 음운이 사족처럼 붙어 있다.

반면에 ‘수고해라’ ‘즐겨라’, 혹은 비아냥의 표현으로 흔히 쓰는 ‘즐∼’은 축약 형태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뒵(집)’ ‘튄구(친구)’ 같은 신조어와 ‘삐리뽐 빼리뽐’ ‘누예삐오’ 등 뜻이 없는 노래 가사, ‘쩔라(최고)’ ‘헐(어이없음)’ 등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습관적인 비속어도 증가했다.

이렇게 음이 왜곡 또는 생략, 추가되거나 된소리화된 발음을 습관적으로 계속하면 조음 장애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 안 원장의 설명이다. 조음 장애는 말소리가 정확하지 않고 이상한 발음으로 변질되는 현상.

또 ‘쩝’ ‘쩐다’ ‘씀’ ‘뻘’ ‘빡친다’ 등 된소리로 축약된 발음은 된소리를 시작하는 순간 성대의 발성압력을 증가시켜 성대 점막에 충격을 가하게 된다. 이러한 언어를 습관적으로 사용하면 성대 결절, 성대 폴립, 성대 부종 같은 성대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또 ‘옙’ ‘쩝’ 등 양순음(두 입술 사이에서 나는 소리)이 마지막 받침인 발음은 입술이 닫히면서 발성하는 성대 압력이 순간적으로 올라가게 돼 성대와 성대 주변의 근육을 긴장시키는데, 이때도 성대질환이나 발성질환으로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헐’도 과도한 호흡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발성하기 때문에 성대를 긴장시키고 성대 점막을 마르게 해 성대질환의 원인이 된다. 이 밖에도 ‘즐’ ‘∼쥐’ ‘∼규’ ‘∼긔’ 등의 발음은 성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익숙하지 않은 발음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조음장애를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주변 사람에게 언어순화의지 밝혀야

안 원장은 “금연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금연의지를 밝히고 도움을 받듯 주변 사람들에게 언어 순화의 의지를 밝히면 스스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며 무분별한 인터넷 언어를 일상 대화에서 쓰지 말 것을 당부했다. 평소 주로 쓰는 인터넷 언어를 노트에 적어보고 제대로 된 표현법과 비교하는 것도 인터넷 언어 발음에 따른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말할 때는 의식하지 못했던 표현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면 본인이 사용하는 언어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있다.

건강한 목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평소 횡격막호흡(복식호흡)을 꾸준하게 연습하고 목 주변 상하좌우를 손으로 여러 차례 쓸어주는 목 근육 마사지를 해주는 게 좋다. 매일 10분 정도 편안한 목소리로 글을 읽거나 음이 너무 높지 않은 편안한 노래를 5곡 정도 부르는 것도 성대 건강에 도움이 된다.

목소리 이상 증상이 발견되면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 안 원장은 “목 이물감 또는 통증이 느껴지거나 쉰 소리가 나는 등 이상 증상이 있을 때는 전문가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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