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위치서비스 기능 꺼도 사용자 이동경로 여전히 저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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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보도… 방통위, 조사 착수

아이폰이 사용자 몰래 개인의 위치정보를 저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세계적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사용자가 아이폰의 위치정보 수집 기능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용자가 아이폰의 ‘위치 서비스’ 기능을 종료한 채 아이폰을 들고 다녀도 아이폰 내부에는 사용자의 이동궤적이 고스란히 저장된다고 25일 보도했다. 이는 사용자가 자신의 위치정보를 남기기를 원치 않을 때에도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아이폰 내부에는 자신의 이동경로가 남는다는 뜻이다.
▼ 위치정보 개인식별 가능한 형태로…
애플 서버에 전송되는지 중점조사


하지만 애플이나 구글 등 위치정보사업자에게 전송되지 않고 휴대전화 내부에 저장된 정보는 마땅히 규제할 만한 근거가 없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애플의 해명 및 후속조치만 기다리는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취재 과정에서 아이폰 내부에 저장된 정보가 애플의 서버로 전송된다는 증거는 찾아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 취재진은 아이폰의 위치 서비스 기능을 끈 채 오랫동안 여러 장소를 이동했는데, 이 기록 역시 위치 서비스 기능을 켰을 때처럼 기록됐다고 밝혔다. 기록된 정보는 개략적인 위치와 해당 위치에 들른 자세한 시간이었다. 다만 한 곳에서 머무른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는 기록되지 않았고, 위치의 정확도도 위치 서비스를 켰을 때보다 크게 떨어져서 수km까지의 오차도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아이폰의 위치 서비스 선택 기능을 소개하면서 “사용자가 스스로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 잘 이해하고 있어야 사용자의 동의를 얻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과연 소비자가 이런 사실에 동의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아이폰이 사용자 몰래 개인의 위치정보를 수집해온 사실에 대해 본격 조사에 나섰다. 방통위는 애플코리아에 공식 질의서를 보내고 이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방통위가 조사할 내용은 아이폰에 저장되는 위치정보가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과 같은 국내법을 위반하는지이다. 방통위는 애플코리아에 △위치정보 저장 주기와 기간 △위치정보 저장에 대한 사용자 선택 여부 △사용자의 위치 이력 정보를 아이폰에 저장한 이유 △저장된 정보를 아이폰과 컴퓨터에 암호화하지 않고 저장한 이유 △스마트폰에 저장된 정보를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형태로 애플 서버에 수집하거나 이용하고 있는지 등을 물었다.

김광수 방통위 개인정보윤리과장은 “애플은 위치정보사업자 신청을 하면서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형태로 위치정보를 저장한다고 말했다”며 “개인이 식별되면 허가 내용을 벗어나는 데다 사용자 동의도 받지 않은 것이므로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구글에 대해서도 “구글이 공식적으로 해명했지만 필요하다면 그 해명의 사실관계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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