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기존 반도체 판도를 뒤엎을 만한 신제품을 개발해 연내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인텔은 4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최초로 평면이 아닌 3차원(3D) 트랜지스터 설계 방식인 ‘트라이게이트(tri-gate)’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 ‘아이비 브리지’를 선보였다. 아이비 브리지는 회로 폭이 22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인 인텔의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언론들은 이에 대해 1959년 반도체 탄생 이후 50여 년 만에 반도체 역사를 다시 쓸 만한 획기적 진보라고 평가했다. 또 모바일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고 질타를 받던 인텔이 건재함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영국의 ARM, 한국의 삼성전자 등 다른 반도체 선두주자들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인텔의 아이비 브리지 개발 소식이 전해지자 영국 증시에서 ARM의 주가는 7% 하락했다.
인텔의 신제품이 혁신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반도체의 집적도가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1층 건물을 수평으로 연결해 반도체를 만들었다면 인텔의 3D 방식은 건물을 고층으로 쌓는 것에 비유된다. 더 작은 크기에 전력 소비량을 줄인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3차원 방식을 적용한 D램은 지난해 말 삼성전자도 개발했다. 그러나 이는 메모리반도체에 국한된 것이며, 아직까지 양산 시점이 나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애플과 삼성이 특허 소송으로 사이가 벌어진 틈을 타 인텔이 삼성 대신 애플의 칩 생산을 맡으려 한다는 최근 미국 월가의 관측과 이번 인텔의 발표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애플의 차세대 모바일 프로세서를 삼성이 아닌 인텔이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