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60대 환자 한 명이 유리병에 든 약초를 들고 한의원에 왔다. “산삼보다도 귀한 봉황삼이라고 선전해 샀는데 정말 먹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판매자는 ‘100년 된 천종봉황삼(산삼의 경우 100년 이상이면 ‘천종’이라는 명칭이 붙는다)으로 아주 귀한 약재’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약재는 백선피였다. 민간에서는 봉삼이라고 불리는 약재인데 산삼이나 인삼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산삼과 인삼은 두릅나무과에 속하지만 봉삼은 운향과이며 그저 피부질환을 치료하는 흔하디흔한 약재다. 이게 산삼을 능가하는 효능을 가진 보약이라며 고가에 거래되고 있으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봉삼은 염증성 피부질환에 좋은 약재임에 틀림없지만 오래 복용하거나 염증이 없는 사람, 몸에 기가 부족하거나 빈혈이 있는 사람이 먹으면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한때 민들레가 유행한 적이 있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민들레를 검색해보면 감기, 암, 위염, 보양, 강장제 등 수많은 효능이 나와 있다. 이런 약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민들레는 청열해독약으로 염증을 삭히기 위해서 사용하는 약재다. 하지만 간과 신장이 허한 사람이나 기가 허한 사람에게는 적당하지 않다.
홍삼 역시 신중하게 복용해야 할 약재다. 판매자들은 홍삼에 대해 ‘체질이나 증상에 관계없이 복용해도 된다’거나 ‘오래먹어도 전혀 해가 없다’고 선전한다.
체질이나 증상에 관계없고 오래 복용해도 된다면 그것은 약이 아니라 음식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쌀을 약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효과가 좋은 약일수록 복용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홍삼은 근본 약리가 심장을 강화해 주는 것인데 고혈압 환자 중 심장이나 상체 쪽에 화가 있는 경우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정상인도 홍삼만 단일약재로 오래 복용하면 혈압이 올라갈 수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건강기능식품을 무조건 복용할 것이 아니라 자기의 증상과 체질에 맞는지 반드시 한의사에게 물어보고 복용해야 한다. 또 장복은 금물이다. 자신에게 맞는 것이라 하더라도 어쩌다 한 번씩 먹는 것은 좋지만 장기간 복용은 피해야 한다.
또 환자의 체질이나 증상과 관계없이 무조건 광고를 하는 판매자의 말을 섣불리 믿지 말아야 한다.
건강기능식품 복용 도중 소화가 안 되거나, 가슴이 답답하거나, 설사를 하거나 손발이 차가워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각 복용을 중단하고 한의원에서 상담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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