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더듬는 아이 혼내면 증상 더 심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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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6일 03시 00분


《말 잘하는 사람을 싫어할 수는 있어도 말 잘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유치원생이 짝꿍에게 건네는 첫 인사부터 초중고교와 대학에서의 발표, 취업준비생의 면접, 회사원의 프레젠테이션, 소개팅 미팅…. 말을 못하면 손해, 말을 잘해야 유리한 상황은 점점 늘어난다. 하지만 마음먹은 만큼 말을 잘하기란 어렵다. 논리 정연한 말하기는 차치하더라도 똑바로 말하기도 쉽지 않다. 적지 않은 사람이 말을 더듬는 증상으로 애를 먹는다.》

음향-조음 검사로 말더듬 원인 파악 안철민 프라나이비인후과 원장이
 말더듬 증상을 겪는 아이에게 음향검사를 하고 있다. 컴퓨터 음향분석장치를 이용해 목소리의 상태와 질환 여부를 확인한다(왼쪽). 
말더듬 증상을 보이는 아동이 언어치료사와 함께 그림책을 읽고 있다. 조음검사는 아동이 발음할 때 혀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오른쪽). 프라나이비인후과 제공
음향-조음 검사로 말더듬 원인 파악 안철민 프라나이비인후과 원장이 말더듬 증상을 겪는 아이에게 음향검사를 하고 있다. 컴퓨터 음향분석장치를 이용해 목소리의 상태와 질환 여부를 확인한다(왼쪽). 말더듬 증상을 보이는 아동이 언어치료사와 함께 그림책을 읽고 있다. 조음검사는 아동이 발음할 때 혀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오른쪽). 프라나이비인후과 제공

○ 조급한 부모, 말더듬 증상 악화

말더듬이란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생각하는 것은 정상이지만 자신을 표현할 때 말이 막혀 잘 안나오는 것을 말한다.

말을 더듬는 증상은 보통 생후 18개월부터 만 12세까지 나타난다. 주로 2∼5세에 생긴다. 15세 이후에는 거의 사라진다.

성인이 말을 더듬는 이유는 어릴 때부터 더듬는 증상을 고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릴 적 말더듬은 평균 63%가 자연 치유된다. 하지만 방치하면 자칫 대인 기피로 이어지기도 한다.

주부 정미진(가명·35) 씨는 4세짜리 아들을 데리고 최근 병원을 찾았다. 4개월 전부터 말을 더듬기 시작하더니 증세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정 씨의 아들은 “아아아아빠, 내…가 이……렇게 하면” 식으로 말을 한다.

단답식의 대화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아이들이 생각한 대로 말하려고 하면 말이 잘 안나온다. 대화상대방과 시선도 피한다.

정 씨는 “타일러 보기도 하고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고 화를 낸 적도 있다.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때 우리 아이가 말을 하면 애들이 자꾸 웃으니까 마음이 조급해진다”고 했다. 말을 더듬는 아이를 둔 부모는 대부분 정 씨와 같은 심정이 된다. 일단 대화를 하며 달래본다. 하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윽박지르거나 아이의 말을 자르기도 한다.

이화여대 연구팀이 발표한 ‘취학 전 말더듬 아동의 기질과 어머니의 기질 및 양육행동 연구’에 따르면 말더듬 아동은 다른 아동에 비해 환경 변화에 적응력이 떨어지고 산만해지는 경향이 있다. 또 부모는 이런 자녀와 대화하면서 부정적인 표현을 더 많이 쓰며, 말을 빨리 하는 습관이 나타났다.

○ 대화는 천천히,치료는 빨리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아이들은 자신이 말을 더듬는지를 잘 모른다. 어른의 말을 따라 하며 배우는 언어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기가 있다. 이때 할 말이 잘 기억나지 않거나 적당한 단어를 못 찾을 때 더듬는다. 이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대부분 크면서 고쳐진다.

그러나 이때 부모가 자녀에게 “너는 말을 더듬는구나” 하고 인식시키면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본인이 말을 더듬는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심리적 압박이 심해지면서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미취학 아동에게는 말더듬이라고 진단을 내리기 전에 천천히 말을 하도록 해 자연 치유하는 게 중요하다. 안철민 프라나이비인후과 원장은 “부모는 아이가 편안하게 말을 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서 대화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질문도 포괄적이기보다는 쉽고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내용이 좋다. 예를 들어 “오늘 뭐했어?”라고 묻기보다는 “오늘 유치원에서 제일 재밌는 놀이가 뭐였어?”라고 묻는 식.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여러 사람 앞에서 책을 읽고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므로 말을 더듬는 것을 금세 인식한다. 친구들 앞에서 비웃음을 당한 경험은 두려움으로 이어진다. 그러면 아이들은 말을 똑바로 하려고 노력하기도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을 깜빡이고 발을 구르는 등 상대방의 시선을 분산시켜 상황을 피하려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말더듬을 자각한 후라면 최대한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효과적이다. 나이가 들수록 고치기 힘들기 때문. 성대에 외관상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후두내시경 검사, 발음할 때 혀의 정확한 위치와 발음 상태를 확인하는 조음 검사로 문제를 찾아낼 수 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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