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의약]‘혁신 신약’ 금맥을 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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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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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사와 어깨 겨루고… 첨단연구시설로 혁신 이루고…
국내 제약사들의 변화 움직임


《국내 제약사들의 평균 연구개발(R&D) 비용 비중은 매출액의 5% 남짓. 연간 400억∼600억 원을 R&D에 쓰고 있는 셈인데, 이는 글로벌 제약사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일본 오츠카제약은 2009년 R&D에 1조 원을 투자했고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는 한 해 8조 원을 쏟아 부었다. 화이자의 R&D 비용은 국내 1위 제약사인 동아제약 매출액의 약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이 달라지고 있다. 병원과 의사, 약사들을 상대로 한 영업에 열을 올리기보다 점차 신약개발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리베이트(약을 써주는 대가로 금품·향응을 제공하는 것) 철퇴와 제네릭(합성의약품의 복제약) 약값 인하 압박 속에서 ‘혁신 신약’ 개발이야말로 제약업계의 생명줄이라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 한 우물을 ‘제대로’ 파자


국내 제약사들은 글로벌 제약사들에 비해 자본력이 떨어진다. 화이자처럼 8조 원에 달하는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없으니 축적된 기술력이나 경험 면에서도 약하다. 모든 분야를 얕게 조금씩 건드려서는 승산이 없다. 국내 제약사들이 저마다 보유한 장점을 살려 차별화된 신약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이유다.

유한양행이 대표적이다. 유한양행은 위산분비 조절제처럼 이미 자신들이 핵심역량을 갖춘 분야에 집중해 세계적인 신약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유한양행은 국내 벤처기업 및 대학과 초기 단계부터 협력 모델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오고 있다.

유한양행은 단기적으로는 개량신약 R&D를 통해 세계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방침이다. 첨단 나노 기술을 응용한 항암제 등이 대표적이다. 제품을 내놓기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걸리고 위험 부담이 큰 혁신 신약개발보다는 기존 제품에 효능 등을 추가해 만드는 개량신약을 통해 수익성도 높인다는 목표다. 여기서 벌어들인 돈은 다시 과감하게 특화 분야에 투자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JW중외제약은 암과 관련된 분야에서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 신약인 Wnt 암 줄기세포 억제제의 임상 1상 허가를 받았다. 국내 제약사가 자체 개발한 혁신 신약이 FDA의 승인을 받고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세계 1위의 암 병원인 미국 휴스턴에 있는 MD앤더슨 암센터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동아제약은 천연물질을 활용해 소화기계 질환 치료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나팔꽃 씨와 현호색의 덩이줄기에서 배출한 천연 물질을 이용해 만든 ‘모티리톤’이 식약청으로부터 허가를 승인 받았다. 2005년 후보 생약을 도출한 것을 시작으로 서울성모병원 등 국내 18개 병원에서 임상시험을 거친 후 6년 만에 제품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한미약품도 신약 개발에 적극적이다. 19일에는 자체 개발한 개량신약 복합 고혈압제제 ‘아모잘탄‘으로 미국 머크사와 2조 원 규모의 수출계약까지 체결했다. 아모잘탄은 2009년 6월 국내에 처음 발매된 후 2년 만에 연매출 500억 원을 달성하며 고혈압 복합제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미약품 측은 개량신약의 성공에 힘입어 앞으로도 투자 규모를 늘려갈 계획이다.

■ 첨단 시설 갖춘 연구소도 열어

제약사들이 R&D 투자를 확대하려는 노력은 최첨단 시설을 갖춘 연구소를 증축하는 모습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유한양행은 2005년 국내 제약사로는 최대 규모의 연구소를 완공해 주목을 받았다. 일반 연구동은 물론이고 독성실험실과 개발원료 실험실 등을 갖춘 2만3000여 m² 규모의 연구소이다. 당시 유한양행 측은 “다른 바이오업체와의 공동 연구로 통해 중앙연구소를 의약 연구의 허브로 만들겠다”며 “R&D 분야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려갈 것”이라며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동아제약도 지난달 17일 경기 용인시에 새로 지은 연구소 준공식을 열었다. 신(新)연구소 준공으로 제품개발연구소와 신약연구소, 바이오텍연구소로 구성된 첨단 연구단지를 갖추게 됐다. 이를 통해 R&D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게 됐다는 게 동아제약 측의 설명이다. 신약연구소에서는 소화기, 비만, 비뇨기 등의 질환 연구에 전념하고 바이오텍연구소에서는 인간 유전자 지도를 활용한 환자 맞춤형 유전자 치료제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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