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TV만 보는 우리 딸” 회사원 김모 씨(50)는 요즘 중학생 딸 때문에 걱정이다. 딸이 주말이면 TV 앞에만 앉아 있기 때문이다. 딸은 일주일간 못 봤던 드라마를 주말에 모아서 빠짐없이 본다. 생방송까지 잠시 정지시킬 수 있는 기능을 갖춘 TV 탓에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만 빼면, 하루 종일 TV 앞에 앉아 있는 날도 늘고 있다. 또래와 어울릴 시기인데 좀처럼 밖에도 나가지 않는다. “모였다 하면 드라마 이야기” 회사원 이모 씨(33·여)도 드라마라면 빼놓지 않고 본다. 동료들과 식사자리에서 화제는 최근 나온 드라마 주인공 이야기 일색이다. “주인공들이 저녁을 먹은 식당에 가봤는데 그 집 파스타가 정말 맛있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드라마에 나온 맛집과 명소들은 꼭 한 번은 가본다. 한 번은 드라마에서 나온 주인공과 자신의 남자친구를 비교하다 말다툼이 벌어져 헤어질 뻔한 적도 있다.》
‘드라마 폐인’ ‘드라마 중독’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국내 드라마는 물론 해외 드라마까지, 종류와 콘텐츠가 다양해진 데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시청할 수 있게 해주는 정보기술(IT) 덕분에 드라마에 빠진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 대화단절과 스트레스 등의 부작용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대리 만족을 주며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거나 지식이나 정보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하는 주인공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하지만 드라마로 인해 가족이나 친구 간 대화가 단절되고 사실과 공상의 불일치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는 등 부정적 효과도 나타난다. 한번 보기 시작한 드라마는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밤새워 보거나 드라마 주인공의 삶과 주변 현실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으로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심하면 드라마가 시작되는 시간이면 밖에서 하던 일을 중단하거나 일을 중단하지 못하는 동안 초조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 상담이 필요한 드라마 중독
△드라마를 보지 않으면 초조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금단증상이 나타나거나 △회사 지각, 업무 소홀 등 다른 일에 지장을 주는 경우 △평소 좋아하던 취미나 생활에 대해 흥미가 사라지거나 △대인관계가 줄어들 때 드라마 중독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럴 때는 먼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리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 언제 어디서든 드라마를 볼 수 있는 IT기기는 잠시 꺼두고 가족이나 지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린다. 만약 스스로의 의지나 주변의 도움으로도 시청을 자제할 수 없고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준이 된다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는 것도 좋다.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는 “도박이나 인터넷 중독과 마찬가지로 드라마도 너무 빠지면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다”면서 “가족에게 무조건 보지 말라고 다그치지 말고 드라마를 보지 않는 시간에 무엇을 할지 관심의 초점을 바꿔줘야 한다”고 말했다.
○ 건강한 시청법
드라마에 탐닉하는 사람에게는 무턱대고 보지 말라고 강요하기보다는 건강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낫다. 우선 시간과 프로그램, 장소를 정해 놓고 보는 것이 좋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다음 편 내용이 궁금해서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밤새도록 보고 늦잠을 자는 등 생활 리듬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전에 드라마를 볼 때는 어떤 프로를 어디서 몇 편만 보겠다고 정해놓고 본다.
또 혼자 보지 말고, 주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보는 것이 좋다. 방에서 혼자 PC로 드라마를 보거나 주변 사람과 같이 보더라도 드라마에 몰입하다 보면 금세 대화가 줄어든다. 하지만 드라마를 여러 명이 같이 보면서 내용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오히려 드라마는 매개체가 돼 서로 소통할 수 있다. 가족이라면 다같이 볼 수 있는 드라마를 보는 것이 좋다.
드라마 종류가 많아지다 보니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너무 자극적이거나 부정적인 소재로 화면을 구성하는 드라마도 양산된다. 가족이 모여 있으면 자극적인 드라마보다는 긍정적이고 코믹한 내용의 드라마를 보는 것이 좋다. 자극적이거나 부정적 소재의 드라마의 경우 스트레스를 풀려고 보다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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