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용 난자를 영하 196℃에서 급속 냉각시켰다가 원하는 시기에 이를 해동시켜 언제든지 복제동물을 만들 수 있는 생명공학기술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용화됐다. 연구팀은 이런 기술로 3년 전에 도축된 제주 흑우를 복제시키는 데 성공했다.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박세필 교수와 ㈜미래생명공학연구소(소장 김은영)는 우수한 동물자원이 사라진다고 해도 원하는 시기에 언제든지 이를 대량으로 복제생산할 수 있는 '초급속 냉·해동 신기술'을 개발, 이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연구는 농림수산식품부(농림기술개발사업)와 제주도의 연구비 지원으로 이뤄졌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기존의 '체세포 핵 이식' 복제기술에 접목시킨 초급속 냉·해동 신기술이다. 복제 대상 동물에서 떼어낸 체세포 핵을 난자에 이식하고 이를 초급속으로 영하 196℃에서 얼렸다가 몇 년이 지난 후라도 필요할 때에 해동시켜 복제동물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영화 속에서 복제인간을 만드는 데 사용됐던 냉동과 해동기술이 실제 동물복제에 적용된 셈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2008년 당시 14세의 노령으로 도축된 제주 흑우 씨암소를 복제해냄으로써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제주 흑우 씨암소가 복제된 과정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구팀은 씨암소가 도축될 당시에 체세포(귀세포)를 냉동보관해뒀다가 다른 소에서 채취한 미성숙난자를 체외배양하고 나서 얻어진 핵제거 성숙난자에 이 체세포를 주입하는 '체세포 핵 이식'으로 복제 수정란을 생산했다.
연구팀은 이 수정란을 영하 196℃에 초급속으로 냉동시켜 보관해 뒀다가 지난해 1월 초급속으로 해동시킨 후 곧바로 대리모 소의 자궁에 이식했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10월 말 한 마리의 제주 흑우 복제 씨암소 '흑우순이'가 자연분만으로 태어났다.
친자감별 유전자 분석(DNA Finger printing) 결과 죽은 씨암소의 체세포와 복제소 '흑우순이'의 귀세포 유전자 마커가 모두 일치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앞서 연구팀이 복제에 성공한 제주 흑우 '흑영돌이'와 '흑올돌이'의 경우는 이번에 복제된 흑우순이와 달리 급속냉동 보관과정을 거치지 않은 신선 복제 수정란으로 태어났다는 점에서 다르다.
박세필 교수는 "냉동에 2~5시간이 걸리는 기존 완만동결은 장비가 비싼 데다 해동 시 생존율이 50% 이하로 낮고, 생존 복제 수정란을 골라 이식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실용화가 어려웠다"면서 "하지만 이번 기술은 15분 내에 초급속 냉동이 가능하고, 현장에서 1분 내 해동은 물론 80~90%의 생존율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언제든지 손쉽게 우수형질의 유전자 종을 보존하고 개량할 수 있는 실용화 기반기술을 구축한 데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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