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흰돌고래와 교감을 위해 북극의 찬 바닷물에 알몸으로 뛰어든 학자가 있어 화제였다. 동물과 인간의 대화는 가능한가?(insu****)》
인간은 지구라는 행성에 가장 늦게 출현한 종이다. 어쩌면 이 행성 위에서 혼자 살 수 없었던 인간이 행성에 먼저 살았던 동물들과 대화를 시도하려고 노력한 것은 당연했을지 모른다. 원시 인간들은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맹수들의 울부짖음을 이해해야 했으며 수렵시대에는 동물의 소리를 모방하여 그 동물을 유인해 사냥해야만 했다. 일찍이 우리 조상들은 야생동물을 가축화하기 위해 동물들과의 대화가 필요했다.
아마도 동물행동학자 가운데 동물과 심도있는 대화를 한 학자는 비교행동학의 창시자이자 노벨 의학·생리학상 수상자인 콘라트 로렌츠(1903∼1989)였을 것이다. 그는 마치 동물과 대화하듯 동물의 생태와 언어를 연구했다. 그는 직접 새끼 기러기의 부모가 됐고 갈까마귀 까마귀 늑대 개 오리 앵무새 등의 친구이자 우두머리가 됐다. 그가 들려주는 가축, 새 그리고 물고기와의 대화 이야기에서 솔로몬왕은 마법의 반지를 끼고 동물과 대화를 했지만 자신은 반지 없이도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고 적고 있다.
동물들은 표정과 몸짓을 통해 대부분의 의사를 전달하고, 또 그렇기 때문에 상대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표정을 읽고 알아낸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하는 비교적 고등한 동물의 경우 감정 전달기관이 사람보다 훨씬 잘 발달되어 있다. 예를 들어 까치의 ‘깍깍’ 소리나 거위가 감정을 표현하는 외침은 사람들의 하품이나 이마의 찡그림, 미소 등과 같은 기분 표현의 수단에 불과하지만 그것에 반응하는 동물들의 능력은 사람보다 훨씬 뛰어나게 발달해 왔다. 그래서 동물들의 언어란 무의식적이고 선천적이며, 또 동물들은 그것에 반응할 수 있도록 특수하게 적응해 왔다.
오랜 시간 꾸준히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 동물행동학자들은 꿀벌이 일련의 춤을 통해 꿀이 있는 위치와 꿀의 질을 동료에게 알려준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또 고래가 각자의 독특한 발성법과 목소리로 서로서로 개체를 구분하며 노래로써 이성을 유혹하거나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지금까지 앵무새는 아무 생각 없이 반복적으로 사람의 말을 흉내 내는 것으로만 여겼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의하면 회색앵무는 단순한 질문에 대한 답은 물론이고 똑같은 크기의 물건을 주면서 “가장 큰 게 뭐니?”라고 물으면 “없어”라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의사표현을 한다.
영장류 동물학자 새비지 럼보 박사는 6년 동안 보노보침팬지와 함께 생활하면서 놀라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럼보 박사는 칸지라는 침팬지에게 216개로 이루어진 기호판을 누르도록 해 인간과 동물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이 기호판에는 사물을 나타내는 단어뿐만 아니라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도 들어있다. 칸지는 이 기호판을 통해 ‘열쇠로 문을 열어주면 놀 수 있으니 행복하다’라는 표현도 할 수 있었다. 제인 구달은 평생을 스스로 침팬지 무리의 구성원으로 살면서 침팬지와 대화를 했다. 그리고 침팬지에 대한 모든 것을 우리에게 전해줄 수 있었다.
최근 러시아의 해양생물학자는 북극 흰돌고래 두 마리와 알몸 유영을 한 것이 화제가 됐다. 왜 하필 알몸일까. 흰돌고래가 인위적인 물질을 싫어하는 특성을 고려해 친해지고자 알몸으로 유영을 했다고 한다. 바로 인간과 동물의 대화는 우리를 자연에 일치시켰을 때 가능한 것이 아닌가!
박시룡 한국교원대 교수 동물행동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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