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 12mm크기 흑진주 10월경 나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5일 03시 00분


미크로네시아 연방 ‘韓·남태평양해양연구센터’ 양식 연구현장 가보니…

《“지금까지는 10.4mm 크기의 흑진주가 가장 컸습니다. 올해 10, 11월경이면 12mm 이상 크기 흑진주를 수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2mm 이상이면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에 기업에 기술 이전을 하면 경제적 이익이 클 것입니다.” 6일 오후 7시경 북위 7.27도, 동경 151.53도 미크로네시아 연방 (Feder ated States of Micronesia·FSM) 추크(Chuuk) 주에 위치한 한국해양연구원 소속 한·남태평양 해양연구센터(KSORC) 1층 실험실에서 박흥식 센터장은 어른 손바닥만 한 진주조개를 들면서 연구 성과를 이같이 소개했다. 이 조개들은 KSORC 앞 연안 진주 양식장에서 양식 중인 것으로 인공핵을 이식하기 위해 잠시 거둬들인 것이다.》

남태평양 미크로네시아 연방 추크 주에 위치한 한국해양연구원 소속 한·남태평양해양연구센터(KSORC). KSORC에서는 흑진주 양식기술, 바이오연료 개발, 해양생태 감시 등 다양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항공에서 촬영한 KSORC 모습. 한국해양연구원 제공
남태평양 미크로네시아 연방 추크 주에 위치한 한국해양연구원 소속 한·남태평양해양연구센터(KSORC). KSORC에서는 흑진주 양식기술, 바이오연료 개발, 해양생태 감시 등 다양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항공에서 촬영한 KSORC 모습. 한국해양연구원 제공
2000년 5월 개소해 11주년을 맞은 KSORC에서는 흑진주 양식 기술 개발을 비롯해 스피룰리나 등 미세조류(微細藻類)를 이용한 바이오디젤 생산 기술, 해양생태 환경 감시, 열대 생물 서식지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 흑진주 생산기술 中-日-佛만 보유

흑진주 생산은 KSORC가 설립되던 2000년부터 추진됐다. 처음 3년간은 타당성을 조사했고,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에 흑진주를 선택한 것은 백진주보다 고가품이며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었기 때문. 흑진주 생산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일본, 중국, 프랑스 등에 불과했다.

흑진주 생산을 위해서는 △핵 이식 기술 △유전자 변형을 통한 색소체 맨틀(조개 껍데기를 만드는 조직) 개발 기술 △빠른 성장을 위한 증식 방법 △진주조개 대량 양식 기술 등이 꼭 필요하다. 박 센터장은 “2007년 11월 우리나라 최초로 123개의 8mm급 흑진주를 생산해 양식 기술을 확보했고 핵 이식, 속성 성장 등 핵심 기술은 이미 준비됐다”고 말했다. KSORC가 생산한 진주는 2008년 일본 도쿄진주회사로부터 ‘상품 가치가 충분하다’는 감정을 받았다. 수확에 보통 2년이 걸리는 진주조개의 성장주기를 18개월로 줄였지만 품질 좋은 진주가 나온 것이다. 그러나 8mm로는 부족했다. 국제거래가 기준으로 8mm 흑진주는 60∼100달러이지만 12mm 이상 되면 200∼500달러를 받을 수 있다.

12mm 크기의 진주를 키우기 위해서는 우선 작은 핵을 진주조개의 생식소에 삽입한다. 8mm 정도의 진주를 키운 조개라면 생식소 내에 더 큰 진주가 자리 잡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여기에 10mm 정도의 인공핵을 다시 이식해서 12mm 정도로 키운다. 문제는 진주조개가 큰 핵을 제대로 품지 못하고 뱉어 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조개가 품을 수 있는 안전한 인공핵과 이식기술이 필요하다. 박 센터장은 “현재 800여 개의 진주조개에 10mm 이상 크기의 핵 시술을 마쳤으며 X선 장치 등으로 검사한 결과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고 말했다.

KSORC는 12mm 흑진주와 함께 ‘컬러 진주’ 생산에 도전한다. 흑색, 백색이 아니라 붉은색, 초록색 등의 진주는 희소하기 때문에 더 큰 가치를 갖는다. 진주의 색은 ‘맨틀’의 색깔로 결정된다. 빨간색, 초록색 등의 맨틀을 갖고 있는 조개에서 맨틀 세포를 떼어다가 배양한 뒤 다른 진주조개에 인공핵과 함께 넣으면 ‘컬러 진주’도 대량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박 센터장은 “맨틀에서 색소를 어떻게 내는지에 대한 연구를 완료했으며 색소체 변형을 통해 다양한 색의 진주 생산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생산공장 차려 현지인과 이익공유



KSORC는 인공진주뿐 아니라 스피룰리나를 이용한 바이오디젤 연구에서는 이미 성과를 낸 바 있다. 해양연은 바이오디젤과 관련해 이미 애경유화, 롯데건설, 호남석유화학 등과 생산협약을 체결했고 3월 완공된 미세조류 바이오연료 실증실험장의 20t 수조 2곳에서 스피룰리나 등 미세조류를 배양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연구한 것들을 국내 기업에 전수하고 이 기업들이 현지에 양식장 또는 생산 공장을 차리도록 하면 현지인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추크 주(미크로네시아 연방)=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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