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시범 가동 중인 상세국지예보모델(오른쪽)과 기존에 사용하던 지역예보모델의 13일 강수량 예측 결과. 전반적인 강수 분포는 유사하지만 경기 북부지역과 변산반도 부근, 지리산 등 산이 많은 지역 예보는 새 모델이 더 정확하다. 기상청 제공
“24시간 뒤 서해안에 폭우가 예상됩니다.” “정확한 호우 지역은?” “파악됐습니다. 분석 결과를 예보관에게 보내겠습니다!”
12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있는 기상청 수치모델개발과는 하루 종일 긴박했다. 1일부터 시범 가동 중인 ‘상세국지예보모델’에서 13일 충남 서해안지방과 경기 북부지역에 하루 최대 130mm의 집중호우가 내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상세국지예보모델은 전국을 한 변이 1.5km인 정육면체 단위로 나눠 예보하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다음 날 파주, 동두천 등 경기 북부지역과 변산반도 부근에는 100mm가 넘는 많은 비가 쏟아졌다. 상세국지예보모델은 13일에 지리산 부근에도 국지성 비가 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지역예보모델’로 분석했을 때는 나오지 않았던 결과다. 24시간 뒤 지리산에서는 하루 동안 100mm에 가까운 비가 내렸다.
좁은 지역에 단기간 강하게 내리는 집중호우는 기상 현상 중 가장 예측하기 어렵다. 비가 오는지, 오지 않는지는 태풍이나 장마전선의 진행상황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얼마나 올지는 해당 지역의 지표 특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넓은 지역의 기상 현상을 예측하는 기존 예보모델로는 집중호우 지역을 찾아내기 힘들었다.
수치모델개발과 연구팀은 예보모델의 해상도를 높여 문제를 해결했다. 수치예보는 기온, 기압, 바람, 수증기 같은 기상요소를 물리방정식에 입력해 날씨를 계산한다. 기존 예보모델은 전국을 한 변이 12km인 정육면체 단위로 나누고 각 격자 내부의 기상을 계산했다. 그런데 이번에 개발한 상세 모델은 기존 예보모델의 격자 하나를 다시 64개로 쪼갰다. 해상도를 64배 높인 셈이다.
해상도가 높은 새 예보모델은 세부적인 지표 특성을 더 정확히 반영한다. 임은하 연구관은 “예측하는 지역이 산인지 바다인지, 산이라면 높이가 얼마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같은 지역이라도 산을 기준으로 바람을 맞는 면에서는 비가 많이 내리고 바람을 등진 면에서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존 모델(지역예보모델)과 새 모델(상세국지예보모델)의 13일자 강수량 예보를 비교하면 서울 지역은 둘 다 강수량을 잘 맞혔다. 상대적으로 산이 많은 경기 북부지역과 지리산 부근 예보는 새 모델이 더 정확했다. 기존 모델은 해발고도가 1915m인 지리산 높이를 500m로 인식했고 새 모델은 1485m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 연구관은 상세국지예보모델에도 아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모델의 해상도는 높지만 초기 조건으로 대입할 대기 관측 자료가 부족해 정확도가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임 연구관은 “레이더 자료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며 “레이더는 대기를 250m 간격으로 10분마다 관측하면서 기상관측소가 없는 서해상의 대기 상태까지 알아낸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앞으로 기존 모델과 새 모델을 같이 사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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