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방-공기-얼음이 빚는 맛의 연금술… 아이스크림에 숨은 맛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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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2일 03시 00분


아이스크림은 기체가 액체나 고체와 섞여 있는 일종의 거품이다. 단면을 현미경으로 보면 지름이 큰 공기 표면에 작은 유지방이 붙어 있다(작은 원). 공기와 공기 사이는 얼음 알갱이와 아이스크림 원액이 채우고 있다. 유지방과 공기, 얼음의 양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맛있는 아이스크림이다. 동아일보DB
《여름이다. 열기를 식히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 물었다. 차가운 덩어리가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시원하다. 달콤하다. 부드럽다. 맛있다!”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돈을 지불할 때마다 ‘집에서도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아이스크림은 원료가 되는 용액을 얼리기만 하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같은 바닐라 맛이라도 빙과류로 만드느냐, 소프트 아이스크림으로 제조하느냐에 따라 맛이 확연히 다르다.

아이스크림의 풍미, 부드러운 맛, 시원한 느낌을 살리는 데는 특별한 제조비법이 필요하다.》
○ 비결 1. 아이스크림 풍미는 유지방이 좌우

프리저에서 영하 6도∼영하 4도로 냉동시킨 아이스크림 원액을 주형에 넣고 굳힌다. 동아일보DB
프리저에서 영하 6도∼영하 4도로 냉동시킨 아이스크림 원액을 주형에 넣고 굳힌다. 동아일보DB
첫 키스처럼 혀에 착 감기는 느낌. 아이스크림을 한입 떠 넣으면 특유의 부드러운 크림 맛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스크림에 들어 있는 유지방 맛이다. 한지영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겸임교수는 “유지방이 아이스크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보통 아이스크림은 원유, 당분, 물, 공기를 각각 약 ‘1:1:3.5:4.5’의 비율로 섞어 만든다.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파는 고가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은 유지방 함량이 12%가 넘는다. 우유 맛이 진해 풍미가 좋은 대신 뒷맛이 텁텁하고 칼로리가 높다.

슈퍼마켓에서 파는 ‘컵에 담긴 아이스크림’은 대부분 유지방 함량이 10∼12%인 ‘레귤러’ 아이스크림이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보단 덜하지만 풍미가 살아있다. 유지방 함량이 5∼7% 정도면 ‘젤라토’로 분류한다. 유지방이 전혀 들어있지 않으면 ‘빙과류’, 유지방 대신 무지유고형분을 2% 이상 넣으면 ‘셔벗’이다.

○ 비결 2. 공기가 많이 들어갈수록 부드러워

집에서 만든 아이스크림은 부드러움에서 제품을 따라갈 수 없다. 냉동장치인 프리저 때문이다. 프리저는 냉각장치와 칼날로 구성된다. 냉각장치는 프리저의 내부 표면 온도를 영하 40도로 낮춰 아이스크림 원액이 벽에 닿는 즉시 얼어붙도록 한다. 칼날은 중앙에서 드릴처럼 회전하며 벽에 붙은 아이스크림을 긁어낸다. 빙그레 식품연구소 김성택 아이스크림개발실장은 “아이스크림은 공기의 양과 분포가 부드러운 맛을 좌우한다”며 “프리저는 아이스크림과 공기를 함께 분사한 뒤 이들이 서로 섞였을 때 급속 냉동시킨다”고 설명했다.

현미경으로 아이스크림의 단면을 보면 지름 10∼10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인 공기 덩어리와 지름 0.2∼2μm인 유지방 덩어리가 섞여 있다. 기체는 액체나 고체와 잘 섞이지 않기 때문에 거품은 쉽게 꺼진다. 프리저는 거품이 꺼지기 전에 급속히 냉동시켜 아이스크림 속에 공기를 전체 부피의 최대 60%까지 넣는다. 이에 비해 가정에서는 온도가 영하 18도∼영하 15도인 냉동실에서 천천히 얼리기 때문에 거품이 어는 동안 공기가 다 빠져나간다. 공장에서 만든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운 식감을 집에서 따라 만들기 힘든 이유다.

물론 공기가 많이 들어가 식감이 부드럽다고 무조건 맛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은 공기 부피가 20%가 채 안 된다. 가볍고 부드러운 맛보다 무겁고 쫄깃한 맛을 특징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젤라토도 공기를 조금 넣었다. 젤라토는 유지방 함량도 낮지만 프리미엄 아이스크림과 비슷한 맛을 낸다.

○ 비결 3. 얼음이 사각사각 씹혀야 시원

덥고 목마를 때는 소프트 아이스크림보다 시원한 빙과류를 찾는다. 빙과류의 시원한 맛의 비결은 얼음이다. 프리미엄이나 레귤러 아이스크림의 얼음 알갱이는 지름이 35∼55μm인데 빙과류는 55∼70μm 정도. 입자 크기가 55μm가 넘으면 혀끝에서 얼음을 느낄 수 있다.

얼음 크기뿐만 아니라 얼음 비중도 시원한 맛에 영향을 준다. 프리저에서 갓 빠져나온 아이스크림은 우리가 흔히 먹는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유사하다. 온도가 영하 6도∼영하 4도이고 아이스크림에 함유된 수분 중에서 55%만 얼어 있다. 시원하다기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이다. 이와 달리 보통 아이스크림은 프리저에서 1차로 얼린 뒤 영하 35도의 냉동 창고에서 2차로 한 차례 더 얼려 동결률을 90%까지 높인다. 유통 과정에서 녹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딱딱하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김 실장은 “보통 겨울에는 빙과류보다는 부드러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후식으로는 시원하고 가벼운 셔벗을 선호한다”며 “풍미와 식감, 먹는 환경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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