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준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프랑스 인공위성 발사 대행업체인 노바나노와 계약을 마친 뒤 프랑스 현지에서 축하의 건배를 들고 있다. 노바나노 제공
“오늘 아침에 프랑스에서 e메일을 받았습니다. 제가 만든 인공위성을 우주로 보내 줄 발사체(로켓)의 궤도 정보가 들어 있더군요. 어떤 로켓을 쓸지 결정이 된 것이죠. 이제 우주로 나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20일 오후 미디어아트 작가이자 과학자인 송호준 씨(33)는 통화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만든 초소형 인공위성 ‘오픈샛’을 진짜로 발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오픈샛은 설계부터 제작, 발사체(우주로켓) 섭외까지 모두 송 씨가 한 ‘개인용 인공위성’으로 내년 5월 중 발사할 예정이다. 송 씨는 “오픈샛이 무사히 궤도에 오르면 개인용 초소형 인공위성을 우주에 띄운 세계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씨는 4년 전부터 자비를 털어 인공위성을 개발해 왔다. 몇 차례 실험작을 거쳐 지난해 무게 약 1kg, 어른 주먹 크기만 한(가로 세로 높이 각 10cm) 초소형 인공위성을 완성했다. 연구소나 대학 실험실, 우주실험 동아리 등에서 실험용으로 가끔씩 만드는 간이위성인 ‘큐브위성’의 한 종류다.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50여 개가 우주에 떠 있다.
송 씨는 위성을 제작하기 전부터 위성을 띄워줄 발사체 회사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개인이 만든 조그만 위성을 위해 쉽사리 로켓을 내놓지 않았다. 인도, 러시아 등 여러 곳에 제안서를 보냈지만 턱없이 비싼 값 때문에 사실상 거절당했다. 송 씨는 3년 전 한 우주박람회에서 만난 프랑스의 인공위성 발사 대행업체인 노바나노를 찾았다. 송 씨의 열정을 높이 평가한 노바나노사는 1억 원이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위성을 쏴주기로 하고 계약을 했다. 노바나노는 송 씨를 대신해 러시아 우주청과 다시 계약을 할 예정이다. 송 씨는 “러시아와는 이미 함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며 “노바나노가 발사를 약속했기 때문에 우주로는 꼭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씨의 행보에 외국 언론도 관심을 가졌다. 프랑스 뉴스전문 TV 채널인 ‘프랑스24’는 송 씨를 취재해 6월 25일 방영했다.
오픈샛은 러시아의 우주로켓에 실려 사마라 우주기지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크기가 작아 다른 인공위성에 업혀 우주로 나가는 ‘함께 타기’ 방식을 쓴다. 로켓이 큰 인공위성을 지상 600km 상공에 내려놓으면 여기에 붙어 있던 오픈샛이 다시 분리된다.
초소형 위성 ‘오픈샛’은 내년 5월 우주로 쏘아 올려질 예정이다. 노바나노 제공송 씨의 직업은 정보기술(IT) 장비로 음악, 예술작품을 만드는 디지털 작가. 하지만 그는 과학 분야의 아마추어가 아니다. 송 씨는 한국정보통신대(ICU·현 KAIST)에서 전자공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인공위성 제작기업 ‘쎄트렉아이’에서 연구원 생활을 거친 인공위성 전문가다. 이러한 역량을 작품 활동에 활용하기 위해 만든 오픈샛은 과학 인공위성인 동시에 설치예술 작품이다. 오픈샛에 붙어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6개로 사랑, 평화의 메시지를 모스부호로 서울 하늘 위에 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일 계획이다. 그는 “태양빛으로 1시간 충전하면 16초 동안 빛을 낼 수 있다”며 “분명히 지상에서도 보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로켓 발사 비용은 홈페이지 방문자들이 오픈샛 로고가 들어간 T셔츠를 사준 돈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오픈샛은 최초의 개인 인공위성이지만 최초의 ‘대중 인공위성’입니다. 1인 1위성 시대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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