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일본 홋카이도대 스즈키 아키라 명예교수(81·사진)가 2일 홋카이도대 한국사무소 개소식에서 강연하기 위해 방한했다. 홋카이도에서 태어나 홋카이도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은 스즈키 교수는 1961년 31세의 나이로 최연소 조교수로 임명된 수재다.
“표지가 눈에 띄어 펼쳐봤는데 미국 퍼듀대 허버트 브라운 교수가 쓴 유기붕소화합물에 대한 책이었습니다. 사서 집에서 읽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밤을 새웠죠. 그리고 며칠 뒤 브라운 교수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브라운 교수가 흔쾌히 수락해 1963년 방미한 스즈키 교수는 2년 동안 연구원으로 머무르며 유기붕소화합물에 대해 열심히 연구하기 시작했다.
“1979년 마침내 유기붕소화합물을 써서 탄소와 탄소 사이의 결합이 쉽게 이루어지게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스즈키 반응’으로 명명된 이 반응은 몸에 해로운 벤젠 같은 유기용매를 쓰지 않아도 되고 고온이나 고압도 필요 없는 온화한 조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제약회사를 비롯해 많은 곳에서 스즈키 반응이 쓰이고 있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화학의 해’로 녹색화학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녹색화학은 ‘화학=공해산업’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환경친화적, 에너지 효율적인 방법을 추구하는 화학이다. 바로 스즈키 반응이 ‘녹색화학’의 대표적인 예다. 노벨상 수상 이후 하루하루가 너무 바쁘다는 스즈키 교수는 일본이 노벨 화학상 수상자를 7명(전체 노벨 과학상 수상자는 14명)이나 배출한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우회적으로 답했다.
“한국을 방문한 게 10번이 넘습니다. 재작년 작고하신 서강대 윤능민 교수를 비롯해 친분이 있는 한국 화학자도 많지요. 최근 한국 화학의 수준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에 머지않아 노벨상도 수상하리라고 봅니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하죠. 제가 스즈키 반응을 개발한 게 1979년인데 2010년에야 상을 받았잖아요.”
스즈키 교수는 연구자들에게는 당장 멋진 결과가 안 나오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끈질기게 매달릴 것을 당부했고, 정부 역시 인내심을 갖고 지원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