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인공관절 로봇수술 6000건… 대학병원 부럽잖은 ‘환자 중심 병원’

  • Array
  • 입력 2011년 8월 31일 03시 00분


이춘택병원


《2002년 10월이었다. 경기 수원시에 있는 한 병원이 인공관절 수술의 신기원을 열었다. 내로라하는 대학병원도 시도하지 못하던 일이었다. ‘로보닥’이란 이름의 로봇을 수술에 사용한 것이다. 이 병원이 바로 이춘택병원이다. 그로부터 8년이 흘렀다. 지난해 12월 이춘택병원은 인공관절 로봇수술 6000건이란 대기록을 만들었다. 우리보다 먼저 인공관절 로봇 수술을 도입한 독일이나 일본도 이런 기록에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인공관절 로봇 수술을 많이 하는 셈이다.》
○결점 제로에 도전하는 인공관절 로봇 수술



손으로 하는 수술은 의사의 경험이나 숙련도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그 때문에 시술한 의사의 경험이나 기술력에 따라 성공률이 달라진다. 그러나 로봇 수술은 이런 요인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수술하는 의사의 짐작이나 감각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공관절 로봇 수술은 컴퓨터의 면밀한 계산에 따라 진행된다. 3D 영상을 활용해 컴퓨터가 정밀하게 수술을 설계한다. 컴퓨터가 피부 절개 부위나 인공관절 삽입 부위 등을 미리 프로그래밍 해 놓으면 그에 따라 수술이 이뤄진다. 따라서 수술 오차 범위는 0.1mm 이내로, 정밀도가 아주 높다. 다른 부위는 건드리지 않고, 수술 부위만 꼭 집어 정확하게 수술할 수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로봇 수술이 마냥 편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로봇 수술을 처음 도입한 2002년으로 가 보자. 당시만 해도 로봇 수술은 사실 불편한 점이 더 많았다. 손으로 수술할 때보다 더 넓은 부위를 절개해야 했다. 수술 시간도 손 수술보다 30∼40분 더 걸렸다. 수술 준비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먼저 컴퓨터를 이용해 가상으로 수술 설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춘택 원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손 기술’이 뛰어나지 않은 초보 의사도 쉽고 완벽하게 수술할 수 있는 ‘수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다. 더 작게 절개하고, 더 빨리 수술을 끝내며, 더 완벽하게 치료를 하는 로봇 수술 소프트웨어 개발에 착수했다. 2005년에는 체계적인 연구를 위해 ‘로봇관절연구소’까지 세웠다.

연구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뼈를 깎는 커터의 지름을 7.8mm에서 2.3mm로 줄였다. 절개 범위도 15∼20mm에서 10mm 정도로 축소했다. 수술 시간 또한 45~50분 이내에서 끝냈다. 기술이 좋아지면서 환자 수술 건수도 급증했다. 로봇 수술을 도입하고 5년이 지나는 동안 수술 건수는 2000여 건이었다. 최근 3년간 4000건의 수술을 한 것이다.

○외국인 환자들이 찾는 ‘환자 중심 병원’

로봇 수술의 안전성은 이미 검증돼 있다. 만약 수술 도중 오차 범위가 0.1mm를 넘어서면 즉각 로봇이 작동을 멈춘다. 이춘택병원의 인공관절 로봇 수술이 큰 호응을 얻는 것은 이처럼 기술과 안전성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란 평이 많다.

로봇 수술의 장점은 또 있다. 빨리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으로 하는 기존의 수술은 대체로 3∼6개월이 지나야 일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공관절 로봇 수술을 받으면 1개월 후부터 활동이 가능하다.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대체로 수술하기 전 환자들의 무릎 관절 점수는 30∼40점대였다. 그러나 로봇 수술을 받고 2개월이 지나면 이 점수가 90점까지 회복된다. 이 정도면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수준이다. 이 원장은 “환자들에게 의사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는 좋은 치료다”라며 “환자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일까. 멀리 지방에서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가 많다. 다른 정형외과 병원들의 환자 분포는 대체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60%, 지방이 40%다. 그러나 이춘택병원의 환자비율은 수도권 30%, 지방 70%로 정반대다.

최근에는 일본 러시아 미국 등 외국에서도 관절 및 척추 수술을 받으러 이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 올해 들어 러시아 하바롭스크에서 4명, 미국에서 1명이 인공관절 또는 척추 수술을 받았다. 현재 외국인 12명이 수술 상담을 받고 있다.

외국인 환자의 만족도도 높다. 이를테면 러시아 환자 안토노프 알렉산더 씨는 자국에서 수술을 받은 뒤 부작용이 생겨 이춘택병원을 찾은 사례다. 그는 인공관절 로봇 수술을 받았으며 지금은 완치된 상태라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희망을 얘기하는 병원

이춘택병원은 인공관절 로봇 수술에서 최고의 위치에 서 있지만 관절, 척추, 발, 스포츠외상 등 진료영역은 아주 다양하다. 병원에 따르면 환자의 30%는 관절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이어 척추와 스포츠외상이 25%, 골절이 15%인 것으로 집계됐다. 임상경험이 풍부한 이 원장을 비롯해 8명의 정형외과 전문의가 진료를 본다. 그 밖에도 내과 흉부외과 진단방사선과, 마취과 등 14명의 전문의가 있다. 204병상을 갖추고 있으며 365일, 24시간 진료가 가능하다.

이 원장은 늘 ‘희망’을 입에 달고 다닌다. 희망이야말로 환자가 빨리 건강을 회복하는 데 가장 큰 치료제라는 것.

“환자가 견딜 수 없이 아파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한다고 호소합니다. 그러면 전 ‘금방 나을 수 있어요. 아무 병도 아니에요. 희망을 가지세요’라고 말합니다. 환자가 희망이란 단어를 마음속에 품고 다니면 회복이 아주 빠르답니다. 희망보다 중요한 것은 없어요.”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