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바른세상병원에는 관절 척추분야의 새로운 시술법을 배우기 위해 외국인 의사들이 종종 찾는다. 대학병원이 아닌데도 미국 미세침습수술의 대가 앨프리드 자크 트리아 박사, 대니얼 브라운 영국 왕립 리버풀병원 교수, 오스트리아 고주파 척추시술 전문의 W J 데커 등이 차례로 다녀갔다. 의료진이 직접 중동, 동남아로 나가 첨단 수술에 대한 강연도 한다. 외국 병원의 수술 시연 요청도 활발하다.
외국인 의사들이 새로운 시술법을 배우러 바른세상병원에 오는 까닭은 바로 수술 성적 때문이다. 서동원 대표원장은 “정확한 수술은 정확한 진단에서 시작한다. 협진을 통해 질환에 대한 오진을 막으니 자연스럽게 수술 성적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협진에 대한 각별한 관심은 그의 이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고려대 의대 교수 출신인 서 대표원장은 국내에서도 드물게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 등 두 개의 전문의 자격증을 갖고 있다.》 ○전문의 14명이 모여 진단 내려
허리디스크와 대퇴골두(엉치뼈에서 다리뼈가 시작되는 부분) 괴사의 경우 허리가 뻐근하고 허벅지가 저리다는 증상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질환이다. 척추 전문의는 경험상 허리디스크로, 관절 전문의는 대퇴골두무혈성괴사로 진단하기 쉽다. 손이 저린 환자도 마찬가지다. 척추전문의는 목디스크로, 관절 전문의는 수근관증후군(손저림증)으로 진단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오류를 막기 위해 바른세상병원은 매주 월요일, 목요일 아침마다 전문의 14명이 모여 의견을 교환한다. 여기에는 관절센터소장, 척추센터소장, 신경외과원장을 비롯해 무릎 어깨 손 팔 발 부위의 전문 의료진과 내과 스포츠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의사가 참여한다.
협진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진단의 정확성이 높아졌다. 2004년 개원 당시에는 한 달 환자가 1000명이었지만 지금은 1만 명으로 늘었다.
○비수술법 치료법 개발에 앞장서
바른세상병원은 관절·척추 분야의 최신 치료법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인 수술이 손상된 연골을 회복시키는 ‘자가연골배양이식술’. 여우진 정형외과 원장의 자가연골배양이식술 관련 논문은 세계적인 학술지 BMC저널(SCI급)에 등재되기도 했다. 전문병원에서 SCI급 논문을 배출하는 것은 드문 일.
자가연골배양이식술은 자신의 무릎 연골에서 5mm 크기의 조직을 주사기로 빼내 4∼6주간 배양하면 개체수가 200∼300배로 늘어난다. 이를 다시 무릎에 주사하면 연골이 서로 달라붙는다. 어느 정도 연골 손상이 회복돼서 퇴행성관절염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수술시간은 20분 안팎. 3∼4cm의 작은 절개만으로도 시술할 수 있다. 자신의 연골을 이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회복 속도가 빠르다.
프롤로 테라피라는 주사요법도 있다. 훼손된 자신의 인대나 힘줄 연골에 주사해 세포를 재생시키는 주사요법으로 연골연화증, 무릎 인대 손상, 초중기 퇴행성관절염, 어깨 회전근개질환, 테니스엘보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진한 포도당 원액으로 세포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디스크도 수술 없이 치료
허리디스크에도 최신 비수술 치료법이 적용된다. 엘디스큐(L-disq)라는 침 끝에 플라즈마 고주파를 통해 열을 내서 직접 돌출된 디스크를 척추 안으로 밀어넣거나 모양을 변형시키는 수술법. 경막외내시경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침을 통해 약물을 주입하지는 않는다.
기존 비수술 치료법들은 심하게 튀어나온 탈출형 디스크에는 효과가 적었다. 엘디스큐는 수술이 필요한 디스크를 직접 고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엘디스큐는 이상헌 고려대 재활의학과 교수가 개발한 방법으로 미국 통증의학지 ‘페인메디슨’에 관련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수술이 필요한 탈출형 디스크 환자 25명을 대상으로 시술한 결과 22명(88%)이 수술 후 통증이 감소했다.
목디스크 치료를 위해 최신 치료법인 저온 고주파 디스크 감압술을 도입했다. 목디스크는 목을 앞으로 빼고 TV나 컴퓨터를 오래 보거나 도마를 내려다보며 요리를 하는 자세가 반복되면 나타난다. 경추(목뼈)와 경추 사이에 있는 추간판(디스크) 내부의 수핵이 빠져나와 뒤쪽에 있는 척수를 누르게 되는데 목디스크 양옆으로 팔과 손으로 흐르는 말초 신경이 디스크에 눌려 팔과 손이 저리게 된다.
수술 방법은 먼저 끝이 바늘구멍처럼 생긴 가느다란 미세 침을 정확히 목디스크 내에 삽입한다. 이후 다른 고주파술과 달리 바늘구멍처럼 생긴 고리를 돌리면 수핵 내에 미세한 공간이 생긴다. 이때 저온의 고주파를 쪼이면 침의 빈 공간으로 튀어나온 수핵이 빨려 들어간다. 시술에 쓰이는 가느다란 침은 2mm 굵기로 침 끝에서 50도 내외의 저온 열에너지인 고주파가 나온다. 수술 직후 바로 손저림증이 없어지는 사람도 있다. 시술 시간은 10분 정도다. 송형석 척추센터 원장은 “마취 없이 진행되므로 의사와 환자가 시술 중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성공률은 85%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바른세상병원은 여러 스포츠 구단의 의학 자문을 맡고 있다. 프로축구 성남 일화와 수원삼성 블루윙즈, 프로야구 구단 SK와이번즈, 프로농구 KCC, 프로배구 도로공사, 흥국생명, KT 하키팀 등 의료 지원을 하는 팀만 15개 구단이다. 스포츠 선수들은 비수술적 치료법이 회복기간이 긴 수술보다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서 대표원장은 “과거에 국내 스포츠 선수는 부상을 당하면 미국과 유럽으로 떠나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곤 했다. 이제는 오히려 외국 의료진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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