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언론들, 獨법원 ‘갤럭시탭 독일 판매금지’ 판결 비판 “타이어 둥글게 만든다고 제소하는 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4일 03시 00분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이 9일(현지 시간) 애플의 ‘삼성 갤럭시탭 10.1’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자 독일 현지 유력 언론들이 앞다퉈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애플이 무리하게 경쟁회사에 흠집을 내려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과 유럽의 일부 법원이 특허권자의 이익을 지나치게 옹호해 정보기술(IT) 산업의 혁신을 막는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런 여론이 애플과 삼성 간의 소송을 포함한 국제 특허 및 디자인 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독일의 뉴스전문 방송사 NTV는 9일 ‘애플, 갤럭시탭 막는 데 성공, 하지만 의문시되는 판결’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애플이 증거로 제시한 이미지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져 애플의 이미지도 심하게 손상됐다”며 “애플은 경쟁자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우는 추잡한 리더로 보인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애플이 긴박성을 이유로 갤럭시탭 10.1의 가처분신청을 한 것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갤럭시탭 10.1을 3월에 처음 발표했고 관련기사도 많았다”며 “이번 애플의 가처분신청은 (긴박성을 내세우기에는) 너무 늦은 것이며 그래서 소송은 기각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 대한 비판 여론은 특허권자에 특히 친화적인 뒤셀도르프 법원의 성향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의 로펌 피네건에 따르면 2006∼2008년 뒤셀도르프 법원이 담당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특허권자의 승률은 글로벌 평균(35%)의 2배에 가까운 63%에 이른다. 이번 판결 역시 디자인과 관련한 애플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인정한 측면이 있다.

이와 관련해 독일의 최고 권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은 “애플이 삼성과 HTC를 법정으로 모는 것은 ‘던롭’이 둥근 모양의 타이어를 만든다는 이유로 ‘브리지스톤’을 제소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인터넷의 비판 여론을 인용했다.

미국의 타임도 ‘애플과의 특허 전쟁이 삼성전자에 의미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애플의 소송이 결국 스스로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타임은 “애플은 삼성과 소송을 하면서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려 노력해왔다”며 “애플은 삼성전자만큼의 품질을 보장하는 반도체를 찾아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며 삼성으로부터 반도체 분야에서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0월에는 네덜란드에서 삼성의 가처분소송, 11월에는 독일 만하임에서 삼성이 제기한 본안소송이 예정돼 있다”며 “곧 분위기가 반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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