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 에너지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일정 규모의 원자력발전소가 필요합니다.”
영국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 존 베딩턴 위원장(사진)은 5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구가 증가하면 에너지 소비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에너지 생산량 증가와 탄소 배출 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정책을 무조건 따라가기보다는 각 나라의 상황에 맞는 녹색성장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4∼6일 사흘 동안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기후변화와 녹색성장, 위기의 이해와 기회의 포착’을 주제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한 베딩턴 위원장은 미국, 호주, 뉴질랜드, 유럽연합(UN) 등에 기후변화 및 에너지 관련 정책 자문 역을 하는 전문가다. 2001년 영국왕립학회 회원에 선임됐고 영국 여왕에게서 최고명예훈장과 기사작위를 받았다.
영국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80% 줄이는 법안을 마련했다. 국제적 합의 없이 스스로 정한 목표다.
베딩턴 위원장은 “영국 정부는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에너지 생산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결과 일정 규모의 원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급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원전을 무조건 반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구는 2030년이 되면 인구가 급격히 증가해 지금 쓰고 있는 에너지보다 40%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도 고려해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그는 “시간이 60∼70년 남았다면 재생에너지 기술로 대체가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영국은 2020년까지 수천 개의 풍력발전 터빈을 설치하고 원전 3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핵융합과 같은 차세대 원전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의 투자도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 대한 조언도 빼먹지 않았다. 특히 최근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태에 대해서는 에너지 공급 방식의 다양화와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그는 “지구의 온도가 평균 4도 상승하면 한국의 기온은 5∼8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한국도 녹색성장을 위해 신재생에너지뿐 아니라 다양한 에너지 공급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베딩턴 위원장은 “한국이 영국처럼 법적 구속력이 있는 탄소가스 규제안을 마련해 실천한다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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