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를 들고]수면내시경 ‘수면’ 아니다, 기억만 못해… 환자 난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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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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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선택사항 중의 하나인 수면내시경엔 ‘불편한 진실’이 담겨 있다.

환자들은 ‘수면내시경은 잠든 상태에서 받는 검사입니까’라고 자주 묻는데 의료진은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수면내시경은 내시경을 목구멍이나 항문에 삽입할 때 환자의 고통과 두려움, 검사 때의 불쾌한 기억을 없애기 위해 개발됐다.

수면내시경의 원래 용어는 ‘의식이 있는 진정 내시경(conscious sedation endoscope)’이다. 다시 말해 의식이 전혀 없는 마취상태가 아닌, 의식이 있되 마음을 진정시킨 상태에서 내시경을 한다는 말이다. 수면내시경이 일반 내시경과 다른 점은 ‘프로포폴’이나 ‘미다졸람’ 같은 수면유도제를 주사해 환자를 진정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약물의 특정 성분으로 인해 내시경 당시의 기억을 잃어버리므로 환자들은 ‘잤다’고 기억한다.

이런 메커니즘을 환자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어려워 ‘수면내시경’이라는 말을 쓰게 됐는데 이제는 보편적인 용어로 통용되고 있다.

진료실에서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는 환자는 의료진이 묻는 말에 답하기도 하고, ‘옆으로 돌아누워라’ 등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몸도 움직인다.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내시경이 끝나고 회복실에서 수십 분 자고 일어난 뒤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하느냐고 물어보면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쭉 잠들어 있었다’고 답한다. 검사를 하면 대부분 수면내시경을 받는 환자들은 ‘고분고분’ 내시경 검사를 받는다. 신음을 흘리거나 구역질을 하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수면내시경을 받는 환자 중에도 1%의 예외가 있다. 일부 환자는 내시경 검사를 받다가 소위 ‘난동’을 피운다.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바로 내시경을 스스로 뽑는 것이다.

무작정 뽑다간 목을 다칠 수도 있어 의료진은 환자의 손을 잡아 제어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의료진을 무릎으로 차거나, 주먹을 내두르거나, 여성의 경우 꼬집거나 할퀸다. 일부는 내시경을 제거한 뒤 침대에 일어나 앉아 의료진에게 훈계한다. ‘왜 나한테 이런 고통을 주느냐, 그렇게 살지 마라’는 등의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물론 나중엔 기억하지 못한다.

입 안의 내시경 장치를 이빨로 물어버리기도 한다. 내시경실 간호사의 경우 드물지만 ‘폭언’을 듣는다. 한 간호사는 ‘김 양∼ 나랑 나중에 따로 한잔하자’라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아마도 가수면 상태에서 병원이 아닌 술집에 있다고 착각했던 모양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매우 드물다. 하루 100건의 내시경을 하면 내시경을 뽑아내려고 해서 검사를 중단하는 사례는 1, 2건 정도다. 폭력이나 폭언은 훨씬 적다.

민영일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
민영일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
약물을 이용한 진정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위와 같은 현상은 내시경에 대한 두려움이 크거나 평소 예민한 사람에게서 잘 나타난다. 신경정신과 쪽의 약물을 복용하거나 술을 잘 마시는 사람도 수면유도제의 약효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내시경에 쓰이는 약물이 일부 환자에게 듣지 않거나 어떤 때는 마약 대체재로 오용되는 것도 불편한 진실이다. 그렇지만 환자의 편익이 수면내시경의 부작용보다 크다면 이 검사는 인기를 계속 얻을 것이다. 단, 의료진은 1%의 불편한 진실도 더는 숨기거나 외면하지 말고 환자나 가족에게 충분히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

민영일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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