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심하고 차고 건조한 바람이 불면 아이들의 피부 또한 건조해진다. 당연히 피부 보습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하며, 평소 아토피 피부염을 앓았던 아이라면 건조해진 피부로 인해 증상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엄마의 케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중 목욕과 보습은 엄마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아토피 아이들의 경우 목욕을 자주 하는 것이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하는데, 목욕 횟수, 목욕 시간과 물의 온도, 세정제 종류 등 여러 요인이 피부 수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아토피피부염, 너무 깨끗해서 생긴다? 그런데 최근 국내 의료진에 의해 ‘위생가설’을 역학조사로 입증한 사례가 보도되었다. 위생가설(Hygiene hypothesis)이란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면 병원체에 접촉할 기회가 적어져 면역체계의 대응능력이 약해지고 알레르기 질환의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이론이다. 실제로 선진국 어린이의 아토피피부염 유병률이 저개발국 어린이의 유병률보다 10배나 높다. 오히려 약간의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병원체와 맞서 싸우면서 대응 능력이 강화된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발병률에 대한 문제이지, 이미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는 아이를 일부러 병원체 접촉 기회가 많은 환경에서 키울 필요는 없다. 아토피피부염이 생기고 난 이후에는 피부 청결과 보습이 증상 케어와 치료에 있어 중요한 원칙이 된다.
목욕이나 샤워는 주 2~3회가 적당하다 아이누리 한의원 목동점 강문여 원장은 “아토피 피부의 청결이 중요한 이유는 땀이나 먼지, 몸에 붙은 꽃가루와 황사, 엄마 화장품, 각종 오염물질 등이 아이 피부를 자극하고 증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일상생활에서 아이 피부를 자극하는 외부 요인들이 있다면 적절히 물수건이나 샤워, 목욕 등으로 제거하고 보습으로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 세정제를 사용한 목욕이나 샤워는 가을, 겨울에는 주 2~3회 정도가 적합하다. 봄이나 여름에 비해 땀이나 황사, 꽃가루 등 외부 자극 요인에 덜 노출되는 데다, 너무 잦은 목욕은 물의 온도나 세정제의 종류에 따라 오히려 피부를 건조하게 할 수도 있고, 목욕 후 수분이 날아가면서 체온도 빼앗겨 감기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증상이 심각해 진물이 나는 경우라면 매일 물로 헹궈주듯 닦아내고 해당 부위에 보습제와 처방받은 치료제를 발라주어야 한다.
샤워가 더 좋을까, 통목욕이 더 좋을까 엄마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또 하나는 샤워와 통목욕 중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이냐 하는 것.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통목욕(욕조목욕)은 아이의 피부를 더 건조하게 한다고 해 가벼운 샤워로,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고 알려졌었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 통목욕이 아이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긴장을 이완시키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 대세가 되었다. 하지만 통목욕과 샤워 자체는 아이의 아토피 치료에 있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상황에 따라 아이와 엄마가 더 편한 목욕 방법을 선택해도 좋다. 대신 목욕물의 온도나 세정제, 보습제 사용에 더 주의를 기울이도록 한다.
일단 너무 뜨거운 목욕물은 아이의 피부를 빨리 건조하게 한다. 37~37.5℃ 정도로 체온보다 약간 따뜻한 목욕물이 적당하며 입욕할 경우 10분 이내로 목욕을 마친다. 샤워도 5~10분 이내에 끝내도록 한다.
목욕 세정제는 반드시 약산성 제품으로 어떤 세정제를 선택하는가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아토피 전용으로 나와 있는 제품이라고 무턱대고 사용하면 안 된다. 시중에 나와 있는 비누 제품 중에는 알칼리성 성분이 대다수이다. 알칼리성 성분의 비누 제품은 아이들의 약산성 피부 보호막을 제거하여 피부를 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아토피를 더욱 심하게 할 수 있다.
아이누리한의원 목동점 강문여 원장은 “피부는 원래 pH5.5 정도의 약산성일 때 가장 건강하다. 하지만 비누의 알칼리성 성분은 이러한 약산성 보호막을 제거할 수 있으므로 약산성 세정제를 찾아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한약 성분의 입욕제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한약 입욕제는 어린이 한의원에서 정확하게 처방받은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인터넷에 떠다니는 정보는 아이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엄마가 임의로 만들 경우 다른 피부 트러블을 일으킬 수도 있다.
보습제는 욕실에 갖고 들어가 3분 이내로 발라야 목욕을 마치면 물기를 톡톡 닦아준 후 그 자리에서 보습제를 발라주도록 한다. 물기를 닦은 후 욕실로 나와 보습제를 찾아 바르기 시작하면 몇 분이 훌쩍 지나갈 수 있다. 욕실로 보습제를 갖고 들어가서 바르고 나오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아이누리한의원 목동점 강문여 원장은 “엄마들 중에는 피부가 건조해지지 말라고 보습제를 듬뿍 발라주는 경우가 있는데 잔뜩 발라준다고 더 많이 흡수되는 것은 아니다. 아토피 보습제는 한 번에 듬뿍 발라주는 것보다 자주 발라주는 것이 피부 건조를 막으며 수분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목욕할 때가 아니라면 물수건으로 피부의 먼지를 살짝 닦아낸 후 보습제를 발라주면 된다. 보습제를 발라주는 횟수는 아이마다 다르지만 피부가 다시 건조해진 듯싶으면 그때 발라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