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의 인체 위해성을 완전히 없애는 방법을 개발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류경원 박사(사진)팀은 석면과 이산화탄소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류 박사팀은 지난달 26일 열린 ‘2011 추계지질과학연합 학술발표회’에서 이 내용을 알렸으며 관련 논문은 27일 발표됐다.
연구팀은 석면 물질 ‘크리소타일’을 알칼리 용액에 넣고, 이산화탄소를 대기압의 5∼40배 되는 압력으로 가한 뒤 섭씨 100도에서 열처리했다. 그 결과 크리소타일은 이산화탄소와 반응해 인체와 환경에 해가 없는 마그네슘 화합물로 변했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석면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수거된 석면은 포대에 넣어져 매립하거나 시멘트를 섞어 굳혀서 처리했지만 이 방법으로는 석면의 인체 위해성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 석면의 위해성을 없애기 위해서는 섭씨 1400도가 넘는 열을 가하거나 다량의 산성 용액으로 처리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는 에너지 소비가 많고 또 다른 환경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연구팀은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이산화탄소가 칼슘이나 마그네슘이 섞인 광물과 반응하면 안정된 탄산염 광물로 바뀌는 점에 주목했다. 석면에는 마그네슘이 섞여 있으며 크리소타일 1kg이 탄산염 광물로 바뀔 때 현재 0.6kg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소비되기 때문에 탄소 제거 효과도 높은 편이다. 연구팀은 현재 관련 기술에 대해 국내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류 박사는 “적은 비용으로 석면을 처리하고, 지구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까지 감축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앞으로 탄소 제거 효율을 높이고 더 낮은 압력과 온도에서 반응하도록 연구를 계속해 경제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한국석면환경협회 한기채 호남본부장은 “기존 석면처리법은 비용이 많이 들어, 어쩔 수 없이 수거된 석면 대부분을 매립하고 있다”며 “이번에 개발한 방법이 산업적으로도 검증돼 상용화가 가능해진다면 석면 문제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전국 8개 학교 운동장에서 석면이 검출돼 논란이 됐으며 잠실야구장 그라운드에서도 석면 성분이 발견돼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흙을 모두 교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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