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유독성, CO₂로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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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지질자원硏류경원 박사팀

뾰족한 원통 모양으로 생긴 크리소타일 결정(왼쪽)에 높은 압력의 이산화탄소를 가하면
둥근 구조로 바뀐다. 크리소타일을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찍은 것.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뾰족한 원통 모양으로 생긴 크리소타일 결정(왼쪽)에 높은 압력의 이산화탄소를 가하면 둥근 구조로 바뀐다. 크리소타일을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찍은 것.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의 인체 위해성을 완전히 없애는 방법을 개발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류경원 박사(사진)팀은 석면과 이산화탄소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류 박사팀은 지난달 26일 열린 ‘2011 추계지질과학연합 학술발표회’에서 이 내용을 알렸으며 관련 논문은 27일 발표됐다.

연구팀은 석면 물질 ‘크리소타일’을 알칼리 용액에 넣고, 이산화탄소를 대기압의 5∼40배 되는 압력으로 가한 뒤 섭씨 100도에서 열처리했다. 그 결과 크리소타일은 이산화탄소와 반응해 인체와 환경에 해가 없는 마그네슘 화합물로 변했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석면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수거된 석면은 포대에 넣어져 매립하거나 시멘트를 섞어 굳혀서 처리했지만 이 방법으로는 석면의 인체 위해성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 석면의 위해성을 없애기 위해서는 섭씨 1400도가 넘는 열을 가하거나 다량의 산성 용액으로 처리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는 에너지 소비가 많고 또 다른 환경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연구팀은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이산화탄소가 칼슘이나 마그네슘이 섞인 광물과 반응하면 안정된 탄산염 광물로 바뀌는 점에 주목했다. 석면에는 마그네슘이 섞여 있으며 크리소타일 1kg이 탄산염 광물로 바뀔 때 현재 0.6kg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소비되기 때문에 탄소 제거 효과도 높은 편이다. 연구팀은 현재 관련 기술에 대해 국내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류 박사는 “적은 비용으로 석면을 처리하고, 지구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까지 감축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앞으로 탄소 제거 효율을 높이고 더 낮은 압력과 온도에서 반응하도록 연구를 계속해 경제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한국석면환경협회 한기채 호남본부장은 “기존 석면처리법은 비용이 많이 들어, 어쩔 수 없이 수거된 석면 대부분을 매립하고 있다”며 “이번에 개발한 방법이 산업적으로도 검증돼 상용화가 가능해진다면 석면 문제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전국 8개 학교 운동장에서 석면이 검출돼 논란이 됐으며 잠실야구장 그라운드에서도 석면 성분이 발견돼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흙을 모두 교체하기도 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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