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 씽씽… 무릎은 무섭다… 스키장 한해 1만1800여 명 부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4일 03시 00분


무릎 십자인대 파열-척추 골절 자주 발생… 운동 전후 스트레칭 필수
잘 타기보다 잘 넘어져야

직장인 최모 씨(28)는 지난달 강원 횡성군의 한 스키장에서 야간 스키를 즐기다가 무릎십자인대를 다쳤다. 중급 코스에서 스노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을 피하려다 넘어지는 순간 ‘우두둑’ 소리와 함께 무릎이 확 꺾여 최근까지 병원 신세를 졌다.

겨울스포츠의 꽃인 스키와 스노보드 시즌이 왔다. 설원을 누비는 짜릿한 쾌감 때문에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부상도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보자에게 잘 타는 기술보다 잘 넘어지는 기술을 먼저 익힐 것을 당부한다. 목동힘찬병원 이종열 부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스키장 부상 이후 통증이 사라졌다고 완치된 것이 아닌 만큼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것이 후유증을 막는 길”이라고 말했다.

○ 초보자 코스에서 많이 발생

스키장경영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스키장을 찾는 인구는 총인원 660만 명을 넘어섰다. 연평균 스키장 부상자는 1만1872명으로 집계됐다. 소방방재청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스키장 사고 유형을 분석한 결과 혼자 넘어지는 사고가 5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스노보드 간의 충돌이 21%, 스키와 스노보드 간 충돌이 18%였다.

사고는 초급코스(46.7%)에서 가장 빈번했다. 중급코스와 상급코스는 각각 42.3%, 11%였다. 낮 12시부터 오후 4시 반 사이에 발생한 사고가 전체의 41%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오후 6시 이후(36%) △오전 8시∼낮 12시(18.7%) △오전 6∼8시(1.6%) 순으로 조사됐다.

스키장 안전사고는 다른 장소에 비해 비교적 가볍고 대형 사고도 적은 편이다. 그렇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특히 스키장에서는 골절에 조심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2년간 스키장 안전사고를 조사했더니 골절이 41.4%로 가장 많았으며 뇌진탕(4.2%) 등 심각한 부상도 줄지 않았다. 스키장에서 부상을 당한 사람들을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20대가 43.2%로 가장 많았다. 30대 36.1%, 10세 미만 15.2%였다.

○ 넘어지는 방법을 먼저 익혀야

스키로 인한 부상은 상대방과 충돌하거나 넘어질 때 주로 생긴다. 관절은 추운 날씨에 굳어지기 마련. 이때 작은 충돌로도 골절 인대손상 탈구 등이 생겨 부상 정도가 커진다.

스키장 부상 중 가장 흔한 것이 무릎 부상이다. 스키 부츠가 발목 위부터 정강이까지 고정하고 있기 때문에 상체가 회전하게 되면 무릎이 비틀어지면서 힘이 쏠려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키를 타다가 넘어지는 상황에 닥치면 우선 무릎을 펴지 말고 구부린 상태로 두어야 한다. 또 미끄러져 정지할 때까지 일어서지 말아야 무릎 부상을 줄일 수 있다. 넘어질 때 손을 뒤로 짚으면 무게 중심이 뒤로 쏠려 어깨 부상과 뇌진탕 등의 위험이 커진다. 이 때문에 손을 정면으로 두는 것이 좋다.

스노보드를 탈 때는 엉덩이뼈와 허리에 금이 가거나 부러지는 등 척추 골절에 주의해야 한다. 넘어질 때의 충격이 엉덩이와 척추에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척추 골절은 심하면 하반신 마비까지 일으킬 수 있으므로 무리한 활주를 삼가야 한다.

스노보드를 타다가 넘어질 때는 등은 둥글게 하고 무릎은 굽힌 채 체중을 엉덩이 쪽으로 싣고 서서히 주저앉도록 해야 한다. 스노보드를 타면 두 발이 보드에 고정되고 체중을 지지해 주는 폴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넘어질 때 손을 먼저 바닥에 짚게 된다. 이때 손목에 가해지는 충격은 체중의 2∼10배에 이른다. 하중이 갑자기 손목에 쏠리면 관절이 비틀어지거나 꺾이면서 염좌, 골절상, 손목인대 부상 등의 사고를 당하게 된다. 손은 땅을 짚지 말고 가슴에 모아야 손목 부상을 막을 수 있다. 넘어져서 일어날 때도 손바닥으로 일어나게 되면 손목 인대에 무리가 갈 수 있으므로 주먹을 쥐고 일어나는 것이 좋다.

○ 근육 인대 풀어줘야

스키장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선 우선 적절한 체온을 유지하고 근육과 인대가 위축되지 않게 해야 한다. 설원으로 나가기 전 실내에서 ‘고양이 자세’ 등으로 허리 스트레칭을 하거나 외출 전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것도 경직된 근육들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 스키장에서 부상을 입었다면 빠른 시간 안에 냉찜질이나 소염진통제, 부목 등을 사용해 응급처지를 한다. 이른바 ‘RICE요법’으로, 쉬고(Rest) 냉찜질(Ice)하고 압박하고(Compression) 들어올리는(Evaluation) 것을 말한다. 은평힘찬병원 서동상 부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골절이나 급성디스크 증상이 있을 경우 되도록 움직이지 않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부상 부위는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검진 결과 인대가 손상되었다면 관절내시경으로 인대의 손상 정도를 파악하고, 인대를 정상적인 위치와 강도로 봉합하는 ‘인대재건술’로 치료할 수 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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