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저장·처리·처분하려면 국가 차원의 조치와 계획이 필요하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의 핵심은 사용후핵연료의 재활용 여부다. 재활용할지 그냥 폐기할지에 따라 사용후핵연료 저장 기간, 처분용지 면적, 관련 기술개발 계획 등이 큰 영향을 받는다.
폐기 대상으로 보면, 땅속 깊은 곳에 직접 처분한다. 재활용 대상으로 보면,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회수하고 쓸모없는 폐기물을 분리하는 재처리 과정이 필요하다. 직접 처분은 핵확산 위험이 없지만 넓은 처분용지가 필요하다. 재처리는 분리된 플루토늄을 재사용해 자원 이용률을 높이고 처분용지의 면적도 대폭 줄어들게 하지만 핵확산 위험이 있고 경제성도 직접 처분에 비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국가별 입장이 다르고, 재활용에는 국제사회의 동의와 감시가 전제돼야 한다. 이 때문에 어느 나라든 이 정책을 쉽게 정하지 못한다. 우리나라도 과거 원자력위원회에서 몇 차례 논의했지만 재활용 여부를 포함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을 확정하지 못했다.
최근에 결정된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은 ‘국가 정책 방향, 국내외 기술개발 추세 등을 감안하여 중장기적으로 검토·결정하되,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하에서 추진한다’는 것으로 2004년 12월 제253차 원자력위원회에서 결정됐다.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2050년 우리나라 사용후핵연료 누적량은 약 4만9000t에 이른다. 직접 처분하려면 경주 중·저준위방폐장 크기의 처분장 10개가 필요하다. 적절한 때에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공간이 없어 원전에서 더는 전기를 생산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처분 대상 폐기물의 양과 독성을 줄이면서 핵 비확산성까지 갖춘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중간저장 시설 확보를 포함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 수립을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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