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코를 훌쩍이는 사람, 마른기침에 고생하는 사람, 일 년 열두 달 감기를 달고 다니는 사람은 대부분 코가 아닌 입으로 숨을 쉬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면 무의식중에 입을 벌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은 건강에 적신호가 켜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코가 아닌 입으로 숨을 쉬는 이유는 쉽게 말해 코로 호흡하는 것이 불편해서고, 코 호흡이 불편한 것은 호흡기관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과 같다. 난치병으로 유명한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특성 중 하나가 구강호흡이다.
알레르기 비염은 인류가 탄생한 이후로 역사가 꽤 오래된 인류 최대의 고질병에 해당한다. 감기가 만병의 근원이라면 알레르기 비염은 좀 더 심각한 질환을 불러오는 것으로, ‘뿌리 내린 감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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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성 비염의 전형적인 증상은 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인데, 이런 증상은 모두 코를 중심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당연히 코를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코를 치료해도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알레르기 비염이 치료되었다고 할 수 없다.
알레르기 비염은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으면 잘 낫지 않고 만성화 되는데, 일단 만성화된 비염은 코에 생긴 질환으로 끝나지 않고 호흡기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폐와 심장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기온 변화가 심한 환절기나 겨울철에는 우리 몸에 맞는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코가 해주어야 하는데, 코에 염증이 생겨 이러한 기능을 원활하게 해결하지 못하면 폐와 심장에 무리가 가게 된다.
또한 알레르기성 비염이 심해지면 중이염, 결막염, 축농증(부비동염)으로 연결되는데, 이러한 질환을 ‘비염의 꼬리’라고 부른다. 중이염과 결막염, 축농증은 마치 도마뱀의 꼬리처럼 알레르기 비염이라는 몸통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 꼬리를 아무리 잘라도 재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중이염, 결막염, 축농증은 이 질환들의 몸통에 해당하는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해야만 낫는 질환이다.
한의학에서는 ‘폐개규어비(肺開竅於鼻)’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 말은 ‘폐는 코를 통해 입구를 열어놓고 있다’는 뜻이다. 즉, 폐가 호흡할 때마다 공기가 들락거리는 구멍이 코이기 때문에 코는 하나의 독립된 기관이라기보다는 폐의 활동을 돕는 보조기관인 것이다. 그래서 폐의 기능이 원활하면 코의 기능도 순조롭고, 폐가 상하거나 기능이 약해지면 코의 기능까지 장애를 받는다.
반대로 코에 이상이 생겼을 때는 폐의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코가 본래의 제 기능을 되찾도록 해주어야 하는데, 그 이유는 폐가 코의 역할을 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이것을 ‘폐주비(肺主鼻)’라고 표현함으로써 ‘폐가 코를 주관하고 있다’는 의미를 중요시한다.
실제로 찬 기운이 폐로 들어가면 등허리가 오싹해지면서 즉시 코막힘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때는 콧물과 재채기를 하게 되고 냄새도 제대로 맡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코에 문제가 생겨서라기보다 폐에 찬 기운이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폐와 코의 동반자 관계가 훌륭하게 발휘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의 근본 원인은 폐에 있기 때문에 코를 치료하기보다 폐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즉, 알레르기 비염의 증상에 직접적으로 대처하는 치료법보다는 원인 치료에 초점을 맞추는데, 근본적으로 인체의 면역력과 저항력을 키워 알레르기 비염의 근원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알레르기 비염의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증상을 가라앉히는 치료를 먼저 하고 그 후에 정기를 보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