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0년간 지구의 온도는 평균 0.7도 정도 올랐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류뿐 아니라 지구 곳곳의 동식물도 나름대로 기후변화에 대처하느라 분주하다.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사이언스’는 13일자 표지로 변화된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바닷새 ‘앨버트로스’ 모습을 실었다. ‘네이처’는 지난해 3월 ‘네이처 기후변화’라는 저널을 새로 만들어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두 학술지를 분석한 결과 생태계는 바뀐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극복형’, 다른 곳으로 이주하거나 적응하는 ‘순응형’, 버티지 못하고 멸종 위기에 놓인 ‘멸종형’으로 나눌 수 있다. 》 ① 적극 활용해 대처하는 극복형
남반구 바다에는 거대한 바닷새 앨버트로스가 산다. 날개를 펼치면 길이가 최대 4m나 되고 날갯짓 없이 바람을 타고 수십 km를 이동할 수 있어 ‘바람의 정복자(wind rider)’로도 불린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헨리 바이메르슈키르히 박사팀은 인도양 남쪽 크로제 군도에 사는 앨버트로스의 몸무게가 지난 40년 동안 1kg 이상 늘었고 이들의 번식 성공률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남반구의 편서풍 속도가 빨라져 앨버트로스가 먹이를 구하거나 번식을 위해 움직이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막화에 맞서는 식물군도 있다. 스페인 후안카를로스국왕대 페르난도 마에스트레 교수팀은 식물 종이 다양하게 분포하는 곳에서는 사막화가 느려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육지 전체에서 건조한 땅은 41%에 달할 정도로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연구진은 각 대륙의 건조한 지역 224곳을 분석한 결과 다년생 식물종이 풍성한 곳에서 탄소나 질소 등의 순환이 원활해져 생태계 전체가 살아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② 피하거나 버텨내는 순응형
황제펭귄은 남극대륙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추운 아남극권에 산다. 하지만 살고 있는 곳의 기온이 오르자 남극대륙 쪽으로 이주했다. 결국 남극의 터줏대감인 아델리펭귄과 영역 다툼을 벌이게 됐다. 많은 동물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방식으로 황제펭귄처럼 살기 좋은 곳으로 이동한다. 우리나라에서 아열대성 조류인 검은이마직박구리와 파랑딱새 등이 발견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연안에는 참다랑어 같은 아열대성 어종의 어획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동할 곳을 찾지 못한 동식물은 몸집을 줄여 적응하기도 한다. 싱가포르 국립대 제니퍼 셰리던 박사팀은 문헌 조사를 통해 85종의 동식물 중 약 45%에 해당하는 38종이 기후변화로 크기가 작아졌다고 지난해 10월호 ‘네이처 기후변화’에서 밝혔다. 두꺼비나 바다이구아나는 몸통의 길이가 20%가량 짧아졌다. 셰리던 박사는 “양서류나 파충류와 같은 냉혈동물은 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신진대사가 약 10% 증가한다”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만큼 크기를 줄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③ 죽음을 기다리는 멸종형
기후변화 속도는 동식물의 적응 속도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거나 적응에 실패해 멸종위기에 이르는 생물도 늘고 있다. 기후변화로 살고 있는 곳이 사라지고 먹이사슬이 무너지는 것 역시 멸종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미국 스토니브룩대 크리스토퍼 고블러 교수팀은 물고기 역시 안전할 수 없다고 지난해 12월 ‘네이처 기후변화’에서 밝혔다. 연구진은 물고기 배아를 현재의 이산화탄소 농도인 400ppm과 2050년경의 예측치인 600ppm, 2100년의 예측치인 1000ppm 물에 넣었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을수록 배아의 생존율이 떨어져 1000ppm에서는 1주일 만에 생존율이 74%나 감소했다.
영국 큐 왕립식물원은 기후변화와 자생지의 급속한 소실로 세계 식물의 20%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제주도 한라산 정상에서 자라는 구상나무 역시 멸종 위기에 빠졌다. 1980년대 이후 제주도의 기온이 매년 0.05도씩 상승하면서 구상나무 군락이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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