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명절 ‘설’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명절이 되면 고궁이나 민속촌 등에서 열리는 전통문화 행사에서 외줄타기를 볼 수 있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도 외줄타기 장면이 인상 깊다. 그런데 재미 한인 과학자가 외줄타기 원리를 이용해 미세한 분자 하나의 움직임까지 관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주립대(UCI) 물리학과 최용기 박사(사진)팀은 탄소나노튜브(CNT) 위에 세균을 잡아먹는 ‘라이소자임’ 분자 하나를 올려놓고 움직임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라이소자임은 콧물, 눈물, 침 등에 존재하는 효소로 외부에서 몸속으로 침투하는 병균이나 박테리아를 잘게 부순다. 자기보다 큰 병균도 순식간에 분해한다. 문제는 라이소자임의 움직임이 빠르고 크기도 작아 관찰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보통 분자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빛을 이용한다. 하지만 광학 현미경으로는 분자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다. 1분 이상 관찰하기도 힘들어 분자의 연속 변화를 볼 수 없다. 이에 비해 최 박사팀이 개발한 방법은 10분 이상 연속 관찰이 가능하고 분자의 움직임을 10억분의 1초 단위까지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마치 밧줄 위에 사람이 올라가 있는 모습과 비슷하게 가느다란 CNT 위에 라이소자임을 올렸다. 라이소자임이 움직이면 CNT도 함께 움직이는 원리를 이용했다. 외줄 위에 있는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밧줄이 함께 움직이는 것과 같다.
가만히 있던 라이소자임에 박테리아를 공급하자 초당 15번의 속도로 빠르게 움직이며 박테리아의 외벽을 분해했다. 라이소자임에 또 다른 종류의 박테리아를 공급하자, 1초에 300번씩 움직이며 박테리아를 잡았다 놓는 행동을 반복했다. 새로운 종류의 박테리아를 분해하기 쉽도록 위치를 돌려놓는 과정이다. 최 박사는 “전자회로 기술과 분자 생물학을 융합해 단일 분자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질병 예방 및 암 연구 등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20일자에 실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