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과학계는 초기 지구에 RNA(리보핵산)가 나타나면서 생명의 기원이 됐을 것이라는 ‘RNA 세계’ 가설에 주목했다. RNA가 유전정보를 보관하는 DNA(디옥시리보핵산)의 능력과 생명 현상을 조절하는 단백질의 효소 기능을 모두 갖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문제는 RNA가 스스로 생겨나기엔 너무 복잡한 물질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생명의 시작은 더 작은 물질로부터 유래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있었다. 이에 RNA보다 단순한 ‘TNA(트레오스핵산)’ 가설이 최근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존 차풋 교수팀은 TNA에서 효소 기능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케미스트리’ 8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TNA가 RNA처럼 특정 단백질에 달라붙을 수 있도록 3차원 구조에서 접히는 현상을 발견했다. TNA가 생화학 반응을 조절하는 효소로 기능할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이미 2000년에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알베르트 에셴모제 교수팀은 TNA가 스스로 상보적인 염기 가닥을 만들거나 다른 RNA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사이언스’에 발표한 바 있다.
차풋 교수는 “TNA의 효소 기능은 초창기 지구에서 TNA가 RNA보다 앞서 나왔을 것이라는 추정을 뒷받침하는 증거”라며 “TNA는 RNA보다 탄소 원자가 하나 적고 크기도 작기 때문에 더 단순한 반응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KAIST 화학과 이영훈 교수도 “TNA는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물질이지만 DNA나 RNA처럼 중합효소를 이용해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현재 존재하는 생명체에서 TNA를 찾아낸다면 생명 기원의 비밀을 푸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온라인 과학사이트인 ‘뉴 사이언티스트’와 ‘사이언스 데일리’ 최신호에도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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