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에도 영하를 밑도는 혹한기에는 신체 활동량이 줄고 체력이 떨어지기 쉽다. 날씨가 춥다고 신체 활동을 줄이면 혈액이 잘 순환되지 않고 척추와 관절이 굳어진다. 이 때문에 혹한기는 어느 때보다 운동이 필요하다.
건강한 사람은 가벼운 달리기나 빨리 걷기만으로도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운동 없이 과격한 운동을 하면 다칠 수 있다. 고도일병원 고도일 원장은 “평소 관절 질환이 있는 노인이나 고혈압 당뇨병 환자는 실외운동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추운 새벽, 만성 질환자는 실외운동 피해야
날씨가 추워지면 실내외 온도차도 커진다. 실내외 온도차가 10도 이상이면 부상이나 질병 발생 위험도가 높아진다. 건강한 사람은 대기 온도가 1도씩 내려갈 때마다 혈압이 0.2∼0.3mmHg 올라간다.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피부 혈관이 수축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고혈압 환자가 추위에 노출되면 혈관이 급격하게 수축돼 뇌출혈과 심근 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고 원장은 “겨울철 실외운동은 운동능력이 뛰어나고 건강 위험요인이 적은 20, 30대에게만 권한다”고 말했다.
겨울철 실외운동은 가급적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가 좋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는 “새벽에는 대기오염 물질이 지면 근처에 많이 쌓이고 늦은 밤에는 온도차로 인해 몸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혹한기에 정상 체온(36∼38도)을 유지하지 못한 채 운동하면 신체기능이 떨어져 작은 충격에도 부상을 입는다. 김 교수는 “가급적이면 실내에서 운동하되 실외로 나갈 때에는 준비운동을 충분히 해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체온 유지를 위해 속옷은 땀 흡수력이 좋은 면 소재를 입고, 방한복과 장갑을 끼는 것이 좋다. 또 추위로 위축된 근육과 인대를 충분한 체조와 스트레칭으로 풀어줘야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 자신에게 맞는 실내운동 고르기
고 병원장은 겨울철에 적합한 실내 운동으로 트레드밀(러닝머신), 실내자전거, 수영, 훌라후프를 추천했다.
트레드밀에서 적정 속도로 꾸준히 달리면 뱃살이 잘 빠진다. 트레드밀에 시속 6km를 입력하고 30분 정도 걷는다면 체중 60kg인 사람은 150∼200Cal가 소모된다. 30분 이상, 주 3회 이상 반복해 트레드밀에서 걸으면 척추의 긴장을 풀어주고 몸 전체의 근육이 골고루 발달한다. 트레드밀 운동 강도를 높여 시속 8km로 뛰면 칼로리 소모량은 약 25% 늘어난다.
실내자전거는 허리, 둔부, 허벅지 근육을 골고루 사용하는 전신 유산소 운동이다. 체중 60kg인 사람이 보통 강도로 30분 정도 자전거를 타면 200Cal가 소모된다. 하지만 운동 후 한쪽 엉덩이나 다리가 아프면 척추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이므로 자전거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수영은 칼로리 소모가 많아 겨울철 체중 관리에 좋다. 또 근육이나 관절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도 적합하다. 척추가 약한 사람은 접영이나 평영은 피하고 자유형이 효과적이다. 물속을 걷고 체조하는 아쿠아로빅은 무릎 관절을 단련시켜 준다. 단, 운동을 마친 뒤 갑자기 찬 공기를 쐬면 급격하게 체온이 떨어질 수 있으니 보온에 신경 써야 한다.
훌라후프는 혈액 순환과 장운동을 도와준다. 다만 같은 자세로 반복적으로 허리를 돌리는 운동이므로 20∼30분에 끝내는 편이 좋다. 장시간 계속하면 척추 관절과 인대, 근육에 부담을 준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돌리는 방향을 바꾸는 것이 좋다.
○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만성질환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은 겨울철 운동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아침에 교감신경 활성과 함께 혈압이 올라가 응급실을 찾는 고혈압 환자가 적지 않다.
고혈압 환자는 겨울철 무리한 아침운동과 과음을 피하고 정기적으로 혈압을 재야 한다. 또 운동을 하기 전에 10분간 맨손체조나 스트레칭으로 심장과 폐를 추위에 대비시켜야 안전하다.
운동은 약한 강도에서 시작해 마지막에 다시 약한 강도로 돌아오는 식이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운동할 때 가슴 부위가 답답하거나 통증, 호흡곤란 증세를 느끼면 즉시 심장전문의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운동하는 게 좋다. 운동은 식사 2∼3시간 후가 좋다. 30분 이상 지속적으로 운동할 때는 탈수를 막기 위해 운동 2시간 전에 물을 두 컵 정도 마시고, 30분 전에 한두 컵, 운동 도중에 15분마다 반 컵을 마시면 좋다.
특히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철저히 해야 한다. 본격적인 운동을 하다가 멈출 때에는 갑자기 서지 말고 천천히 걷는다거나 맨손체조를 하며 팔다리에 몰린 혈액을 심장으로 계속 보내야 한다.
골다공증과 관절염 환자도 겨울철 운동을 계속하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 운동량이 부족해지면 증상은 더욱 악화된다. 보온을 잘한 상태로 걷거나 산책을 하면 통증을 감소시키고 근력을 유지하며 관절의 뻣뻣함을 개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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