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진 날씨 탓에 너나없이 옷깃을 여미느라 정신이 없다. 유행에 민감하고 스타일을 중시하는 패션 리더들은 추운 날씨도 먼 나라 이야기로 받아들일지 모른다. 이들은 지금도 계절을 잊은 채 자신을 가꾸고 치장하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타이트한 스키니진과 미니스커트, 아찔한 굽 높이의 킬힐 부츠와 보온성 높은 스웨터는 올 겨울 패션 완성의 필수품. 하지만 이런 필수품도 ‘미(美)’를 유지하는 대신 평생 지켜야 할 ‘건강’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 스웨터, 피부 자극으로 접촉 피부염 유발
겨울철 보온 유지는 물론이고 패션 아이템으로도 손색이 없는 스웨터. 하지만 평소 피부가 건조하고 예민하거나 아토피를 앓는다면 스웨터를 입을 때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피부가 건조한 상태에서 스웨터의 털이 피부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면 피부 표면에 접촉 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다. 접촉 피부염이 생기면 대개 염증 부위가 가렵거나 붉게 부풀어 오른다. 이 경우 절대 긁지 말고 가려운 부위에 찬 수건이나 얼음팩을 이용해 열을 식혀주면 도움이 된다.
이러한 노력에도 증상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이른 시일 내에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목까지 올라오는 스웨터나 울 머플러, 퍼 목도리 등은 땀과 피지가 쌓인 목 부위에 여드름을 유발하기 쉽다. 특히 목에 생긴 여드름은 한 번 자리를 잡으면 흉터를 남기기 쉽기 때문에 더욱 주의한다.
목까지 올라오는 옷은 실내에서 최대한 목 아래까지 접어 목 부위를 공기 중에 노출시켜 주는 것이 좋다. 평소 수분을 자주 섭취하고 환기를 수시로 시켜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 스키니진, 혈액순환 장애 발생 우려
스킨(Skin)에서 어원이 유래된 스키니진은 피부와 같은 밀착감을 가진 청바지. 몸에 착 달라붙어 늘씬한 다리 라인을 과시하기에도 좋고, 통통한 체형이라 하더라도 긴 상의와 함께 입으면 어느 정도 몸매를 커버해 여성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스키니진은 피부를 꽉 조여 주므로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손목을 꽉 조이고 계속 누르면 손바닥이 하얗게 되면서 피가 통하지 않고 저림을 느끼는 이치와 비슷하다. 또 통풍이 안 되니 그만큼 습해져 세균이나 곰팡이 균이 쉽게 번식한다. 이로 인해 외음부와 항문 주위에 심한 가려움을 유발하는 외음부 소양증, 칸디다 질염 등이 생기기 쉽다. 스키니진 착용 뒤 집에 오면 근육을 이완시키는 스트레칭과 마사지로 다리의 피로를 풀어줘야 한다. 반신욕을 하면 긴장했던 근육과 신경을 풀어줘 혈액순환을 돕는다. 또 넉넉하고 편안한 바지로 갈아입고, 다리에 보습제를 충분히 바르는 것도 좋다.
입었는지 안 입었는지 구분하기 힘든 짧은 스커트나 원피스를 착용하면 ‘하의실종’ 패션이라는 찬사를 받을지 모른다. 하지만 스커트는 길이가 짧아질수록 외부로 노출되는 다리의 면적이 넓어져 체감온도가 떨어진다. 그만큼 미니스커트는 여성의 하복부 건강에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여성의 하복부에는 자궁과 난소 등 여성생식기를 보호하기 위한 많은 피하지방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차가워지면 제 온도를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겨울에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하복부가 차가워져 생리통, 냉증 등을 유발하기 쉽다. 또한 자궁과 골반 주위의 혈관이 수축되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배란장애, 생리불순도 생길 수 있다.
스커트 길이는 가능하면 길수록 좋고, 내복 상의 등을 함께 입어 배 주위를 따뜻하게 해 줘야 한다. 레깅스보다 보온효과가 뛰어난 도톰한 스타킹을 신는 것도 미니스커트 건강법 중의 하나다. 미니스커트를 입고 실내에 있을 때는 무릎 담요나 가디건 등으로 하복부를 따뜻하게 보호해 주는 것이 체온 유지에 좋다. 샤워할 때에는 온수를 이용 하되 물로 허리와 배를 마사지해 주며, 차 가운 음식은 피하고 따뜻한 음식을 섭취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 킬힐부츠, 하지정맥류의 원인으로 작용
굽 높이가 10cm 이상인 ‘킬힐 부츠’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킬힐의 폭발적인 인기를 등에 업었다. 가히 살인적인 굽 높이지만 각선미를 돋보이게 해주므로 여성들이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굽 높은 부츠를 신은 채 넘어지지 않으려고 힘주어 걷다 보면 근육이 필요 이상으로 긴장을 하므로 쉽게 피로해진다. 또 장시간 착용하면 관절과 척추에 극심한 무리를 가져오며 발의 변형을 초래한다. 게다가 무릎 선을 넘어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사이하이’ 부츠나 다리 라인을 타이트하게 감싸는 ‘스판’ 부츠는 혈액순환을 방해해 정맥이 피부 밖으로 돌출되어 보이는 하지정맥류의 원인이 된다.
그래도 꼭 신고 싶다면 발목 움직임이 편하고 종아리 둘레가 1∼3cm 정도 여유 있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안전하다. 또 부츠는 착용 시간이 짧을수록 좋기 때문에 신는 시간을 5∼6시간 이내로 조절하고, 직장에서는 편안한 슬리퍼로 갈아 신어 다리의 압박을 줄여준다. 집에 돌아가서는 발목을 천천히 돌려주는 스트레칭으로 가볍게 풀어주는 것이 좋다. 빙판길에 대비해 부츠 밑창에 미끄럼 방지용 깔창을 깔아두면 더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 패션모델들도 안전을 위해 깔창을 사용한다.
(도움말=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최희정 교수, 피부과 이중선 교수)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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