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이 쿡쿡 쑤시는 섬유근통… 젊은 남자도 예외없이 끙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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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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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 90%가 여성… 최근 남성환자 빠르게 늘어

《 “아침엔 팔목이 아프다가 저녁엔 이마에 대못이 박힌 듯 머리가 아파요.” 전방부대에 근무했다가 지난해 말 제대한 임모 씨(23)는 가족들에게 이런 얘기를 꺼냈다가 ‘꾀병’이라는 말을 들었다. 동네병원을 찾아갔지만 팔목이나 머리에는 아무런 이상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임 씨의 병세는 점점 심해졌다. 온몸을 쿡쿡 찌르는 통증이 가라앉지 않았고 밤에는 불면증에 시달렸다. 잠을 8시간 잔 뒤에 일어나도 심한 피로감이 찾아오고 머리가 어지러워 책상에 앉지 못했다. 》
의료진이 섬유근통증후군 환자의 어깨 부위를 손으로 눌러 통증이 생기는지를 알아보는 압통 검사를 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의료진이 섬유근통증후군 환자의 어깨 부위를 손으로 눌러 통증이 생기는지를 알아보는 압통 검사를 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종합병원에서도 병명을 알 수 없었던 임 씨는 최근 강동경희대병원에서 섬유근통증후군(이하 섬유근통)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온몸에 통증이 느껴지는 질환으로 만성적인 피로감, 수면 장애, 우울증을 동반한다. 지금까지 이 병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는데, 국내 환자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 병원 류마티스내과 양형인 교수는 “섬유근통은 10년 전만 해도 폐경기를 지난 여성이 주로 앓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요즘은 젊은 남성 환자도 종종 보인다”고 말했다.

○ 다른 질병과 혼동되는 증세


섬유근통에 걸리면 전신 통증, 피로감, 수면 장애에 시달리면서 두통, 배뇨 장애, 손발 저림이나 무감각, 혈액순환 장애 등도 겪게 된다.

이처럼 복잡한 증세 때문에 섬유근통은 류머티스 관절염, 근막통증증후군, 만성피로증후군과 혼동하기 쉽다.

섬유근통에 걸린 환자들은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처럼 관절이나 그 주변 조직의 통증으로 인해 손이나 다리를 굽히지 못한다. 하지만 관절과 그 주변 조직을 검사해 보면 아무런 염증도 나타나지 않는다. 반면 류머티스 관절염은 염증 반응과 함께 관절 기형이나 변형이 나타난다.

섬유근통 환자들은 또 팔이나 다리 근육에도 통증을 느끼기 때문에 근막통증증후군으로 의심되기도 한다. 하지만 근막통증증후군 환자는 많이 쓰는 근육에서만 통증을 느끼지만 섬유근통은 통증이 다른 부위로 옮겨가며 머리에서 발끝까지 아픈 것이 특징이다.

섬유근통과 가장 혼동이 되는 질환은 만성피로증후군이다. 섬유근통은 통증이 주된 증상인 반면, 만성피로증후군은 피로가 주된 증상이다. 이 둘 사이에는 서로 겹치는 증상이 많아 구별이 쉽지 않다.

섬유근통 환자의 80%는 심한 피로를 호소하며, 절반 이상은 수면 장애를 겪는다. 아침에 일어날 때가 잠들 때보다 오히려 힘들다. 만성적인 통증과 피로 때문에 이차적으로 우울증과 불안, 긴장성 두통이나 편두통, 과민성 대장증후군, 하복부 통증이나 빈뇨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 국내 남성 환자도 빠르게 증가


섬유근통의 원인에 대해 일부 학자는 “뇌 손상이나 외상에 의해 이 증세가 나타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일부는 “근육의 대사 장애, 근육의 혈류 장애가 원인”이라고 말한다.

신체 일부에서 통증 신호를 뇌까지 전달하는 과정에서 신경 전달물질의 결함도 섬유근통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인체가 손상을 받으면 이 정보가 빠른 속도로 뇌에 전달되는데, 이때 신경 전달물질에 결함이 생기면 인체가 통증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

스트레스도 섬유근통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을지대학병원 류마티스내과 심승철 교수는 “스트레스가 섬유근통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못하면 섬유근통에 자주 걸린다”고 말했다.

섬유근통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증상이 복잡하게 나타나면서 진단법도 바뀌었다. 종전에는 신체의 특정 부위를 눌러본 뒤 아픈 곳(압통점)이 11군데 이상이면 섬유근통으로 진단했다. 지금은 압통점이 그보다 적게 나오더라도 피로감, 불면증, 인지 장애 등의 증상이 심하면 섬유근통 환자로 본다.

이 질환은 모든 인종에서 발생한다. 미국은 성인 인구의 2%가 이 질환에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섬유근통 환자는 2006년 141만7000명에서 2010년 221만9000명으로 56.5% 증가했다.

여성 환자가 90% 이상을 차지했지만 남성 환자도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남성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양 교수는 “강동경희대병원에서 섬유근통으로 진단받은 남성이 2008년 89명에서 지난해 167명으로 늘었을 정도로 증가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 진통 소염제 줄이고 근육 풀어줘야

섬유근통 치료에는 약물치료와 운동요법이 이용된다.

약물치료는 통증과 피로 등의 증상을 줄여준다. 통증을 억제하는 세로토닌 대사 장애가 있는 섬유근통 환자는 프로작 등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가 쓰인다. 통증이 심한 근육을 이완시켜 주기 위해 에트라빌 등 항우울제가 사용되기도 한다.

심 교수는 “일반적인 통증 치료에 사용되는 진통 소염제는 효과가 떨어지고 약물 의존증을 일으키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몸을 움직이면 아프기 때문에 근력이 떨어지기 쉽다. 하지만 걷기나 수중운동과 같은 강도 낮은 운동을 꾸준히 해야 섬유근통을 극복할 수 있다. 운동은 근육을 늘려주는 맨손체조, 근력을 강화해 주는 윗몸일으키기, 근육에 산소를 공급해 주는 걷기 등이 추천된다. 장기간 완치되지 않는 환자들은 스트레스 관리치료 등 인지행동 치료도 함께 받아야 한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 섬유근통증후군 ::

섬유근통증후군은 혈액검사와 방사선사진에서 특별히 이상이 없는데도 목이나 허리 등 온몸 곳곳에 통증이 나타나거나 오전에 전신 경직이 생기며 피로 및 수면 장애를 일으키는 증세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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