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축 우라늄은 테러리스트들이 낮은 수준의 핵폭탄을 제조하는 데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고농축 우라늄 원자로를 저농축 우라늄 원자로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찰스 퍼거슨 미국과학자협회(FAS) 회장(사진)은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핵의 안전한 이용을 위해서는 우선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우라늄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학자협회는 1945년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이 만든 비정부기구(NGO)로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감축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라늄을 발전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천연우라늄에 포함되어 있는 우라늄235의 비율을 인위적으로 높여야 한다. 농축비율이 20% 이하면 저농축 우라늄, 그 이상이면 고농축 우라늄으로 구분된다. 저농축 우라늄은 상업용 원자력발전에 주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고농축 우라늄을 갖고 있다는 것은 핵무기 제조 원료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프랑스와 중국 해군은 핵잠수함 연료로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아직 반대의 목소리도 큽니다. 특히 러시아의 일부 전문가는 연구용 원자로에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퍼거슨 회장은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문화가 정착되려면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며, 3월 열리는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고농축 우라늄 문제를 다루는 것은 현명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 퍼거슨 회장은 핵물질의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 핵감식(nuclear forensic) 연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핵물질의 ‘지문’을 추적하면 테러에 사용될 수 있는 핵과 방사성물질의 근원을 파악할 수 있다”면서 “핵물질이나 특징, 제조 장소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시급한 이유”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사용후핵연료 처리와 관련해서는 폐기물 보관 시설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퍼거슨 회장은 “한국의 원전이 확대돼 우라늄 자원이 부족해지면 사용후핵연료 재사용(파이로프로세싱)도 고려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사용후핵물질을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먼저 갖춰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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